서울 중랑구에서는 최근 1년 새 전월세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 비율이 시내에서 가장 높았지만, 정작 법으로 보장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비율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갱신 계약은 늘어도 권리 행사는 줄어드는 엇갈린 흐름이 서울 전역에서 동시에 포착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한 차례에 한해 추가로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통상 갱신율은 전체 전월세 거래 가운데 갱신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키고, 청구권 사용률은 그 갱신 계약 중에서 실제로 이 권리가 행사된 비중을 뜻한다.
19일 부동산 정보 앱 집품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율은 지난해 1~4월 36%에서 올해 같은 기간 44.4%로 8.4%포인트 뛰었다. 반대로 갱신 계약 가운데 청구권을 실제로 사용한 비율은 48.3%에서 43.5%로 4.8%포인트 낮아졌다. 건수로 보면 갱신 계약은 3만4033건에서 3만6393건으로 늘었지만, 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1만6449건에서 1만5839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길어진 전세난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새 집을 구하기보다 다소 오른 보증금이나 월세를 감수하고서라도 살던 집에 눌러앉는 쪽을 택하는 한편, 법으로 보장된 갱신 권리는 이번에 쓰지 않고 다음 계약 시점까지 아껴두려는 셈법이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체 전월세 계약 중 갱신 계약 비율은 직전 분기보다 5%포인트 넘게 올랐고, 4월 들어서는 전세 갱신 계약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별도 집계도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갱신 계약 자체는 늘면서도 그 안에서 청구권 의존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서울 곳곳에서 동시에 확인된 셈이다.
구별 갱신율을 보면 중랑구가 53.5%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고, 1년 전 25%에서 28.5%포인트 올라 상승폭도 가장 컸다. 이어 성북구 51.1%, 송파구 49.4%, 서초구 48.5%, 강동구 48.4% 순으로 갱신율이 높았다. 반대로 동대문구 32.2%, 종로구 32.4%, 금천구 32.5%는 갱신율이 가장 낮은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갱신율 1위인 중랑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구권 사용률에서는 19.2%로 25개 자치구 중 꼴찌를 기록했다. 갱신이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권리 행사가 함께 느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구권 사용률 기준으로는 순위가 사뭇 달라진다. 중구가 53.7%로 가장 높았고, 성동구 53.5%, 광진구 53.2%, 마포구 52%, 도봉구 51.6%, 관악구 51.2%가 뒤를 이었다. 사용률이 가장 낮은 곳은 중랑구(19.2%)였고, 구로구 28.7%, 은평구 34.4%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1년 전과 비교해 사용률 상승폭이 가장 컸던 지역은 금천구로, 17.2%에서 38.4%로 21.2%포인트 뛰었다. 광진구(44%→53.2%)와 마포구(43.2%→52%)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전세난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세입자들이 갱신 계약은 택하면서도 청구권은 아껴두는 전략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갱신율과 청구권 사용률이라는 두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현상은 한동안 서울 전월세 시장의 새로운 특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