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을 위한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원포인트 개헌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분류돼 감사원으로부터 예산 집행에 대한 회계감사만 받을 뿐, 업무 전반에 대한 외부 감찰이나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2023년 특혜채용 사건 당시 감사원이 직무감찰에 나섰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선관위의 헌법적 독립성을 침해하는 위헌 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회 입법만으로는 선관위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여야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유럽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헌법이 너무 명징하게 (선관위를) 독립기관으로 해놓았기 때문에 감시, 통제, 견제를 위한 법 제도를 만들면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며 "여야 간에 의견이 일치가 된다면 선관위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한이 있더라도" 개헌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정치권에 진지한 논의를 촉구하고,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걸 봐가면서 우리 정부도 입장을 정하겠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국회 논의를 먼저 지켜보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건 확실하다. 이런 상태로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미 비슷한 메시지가 나온 바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8일 4부 요인 회동 자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법률을 고치고 필요하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국민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되겠다"고 말한 바 있어, 이번 대통령 발언은 정부 내 기류가 한층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차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고, 16일 2차 회의에서 개혁 초안을 논의한 데 이어 17일에는 관련 토론회도 열었다. TF에서는 현재 1명에 불과한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수를 늘리고, 대법관이 겸임하는 중앙선관위원장을 상임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 도입과 중앙선관위원 임기 단축 등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은 선관위원을 9명(대통령 임명 3명·국회 선출 3명·대법원장 지명 3명)으로 못박고 위원 파면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위원 정수나 책임성 강화를 논의하려면 결국 개헌이라는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실제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감사원 직무감찰 허용 등을 위한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여야 모두 공감하면서도, 선관위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인근 시위 역시 '부정선거' 프레임을 앞세운 일부 세력과는 별개로, 선관위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들이 주된 흐름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1960년대 행정부 견제 차원에서 설계된 선관위의 독립성 패러다임이 강력한 권한을 가진 현재의 선관위 위상과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출범도 예정돼 있어, 선관위 개혁을 둘러싼 여야 논의는 한층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