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기준금리 1%로 전격 인상…31년 만의 최고치 경신

일본은행(BOJ)이 16일 이틀간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무리하고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에 재개된 긴축으로, 일본의 정책금리가 1995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라선다.

일본은행, 기준금리 1%로 전격 인상…31년 만의 최고치 경신
ⓒ 일본은행 본부 [온라인커뮤니티]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누적된 물가 상승 압력이 자리한다. 중동 분쟁 장기화로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일본의 5월 기업물가지수(도매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3% 급등했다. 정부 보조금 항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4월 기준 2.8%로,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엔저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압력까지 더해지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9명이 이번 회의에서의 0.25%포인트 인상을 예측했으며, 스왑 시장 역시 인상 확률을 94~97% 수준으로 반영했다. 지난 3일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물가 상방 위험이 하방 위험을 상회한다고 판단될 경우 정책금리 인상의 득실을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사실상 인상 예고로 해석됐다.

이번 회의는 이례적인 지휘부 공백 속에서 진행됐다. 간 낭종 감염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인 우에다 총재가 자리를 비웠고, 회의는 히미노 료조 부총재 대행 주재 하에 나머지 8명의 정책위원 다수결로 결론을 냈다. 1998년 일본은행법 시행 이후 총재가 건강 문제로 금융정책결정회의에 불참한 것은 처음이다. 우에다 총재는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으나 투표권은 행사하지 않았으며, 다음 7월 회의에는 복귀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은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가 맡았다. 우치다 부총재는 마이너스 금리와 수익률곡선통제(YCC) 등 지난 10여 년간 일본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설계해 온 핵심 인물로, 우에다 총재보다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 역시 백혈병 치료를 마치고 최근 퇴원한 상태로, 지난해 7월 이후 약 1년 만에 공개 석상에서 통화정책을 설명하게 됐다.

시장이 진짜 주목하는 것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 수위다. 블룸버그는 우치다 부총재가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고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라는 점을 부각할 경우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 금리전략가도 "6월 인상은 이미 시장에 녹아 있다"며 향후 인상 속도와 물가 위험에 관한 우치다의 언급이 엔화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지나치게 신중한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비둘기파적 시그널로 읽혀 엔화 약세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나온다. 엔화 환율은 현재 달러당 160엔 선에서 등락 중이며,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재개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커지는 상황이다. 미즈호 증권은 이번 회의에서 0.5%포인트와 같은 더 큰 폭의 인상이 없다면 엔화 강세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이번 인상으로 긴축 사이클이 끝난다고 보지 않는다. 블룸버그 조사에 응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내 정책금리가 1.2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으며, 닛케이는 시장이 반년에 한 번 꼴의 추가 인상을 거쳐 2027년 말에는 1.7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야카와 히데오 전 일본은행 이사는 "일본은행의 현재 금리 인상 경로가 이미 시장 흐름에 뒤처진 만큼, 어느 시점에는 따라잡아야 한다"며 이르면 오는 10월에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약 3년 만에 정책금리를 2.25%로 올렸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7일 회의에서 일단 동결 기조를 유지하되 금융완화를 시사하는 문구를 성명에서 삭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로 선회하는 흐름 속에서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은 그 정상화 행보를 더욱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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