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하며, 주택 수가 아니라 실거주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아 과세 체계를 다시 짜고 있다. 그동안 집을 몇 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세금이 갈렸다면, 앞으로는 그 집에 실제로 살고 있는지가 세 부담을 가르는 잣대가 되는 셈이다.
재정경제부는 세법 개정안에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윤석열 정부 시기 60%까지 낮아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이들에 한해 70%로 다시 높이는 것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액을 뺀 금액 가운데 실제 과세표준으로 잡히는 비율을 뜻하는데, 이 비율이 오르면 세율을 손대지 않고도 과세표준 자체가 커져 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을 지금보다 줄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돼 세 부담 증가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기본공제액은 1세대 1주택자 12억원, 다주택자 9억원인데, 정부는 실거주자의 공제액은 늘리는 대신 비거주·다주택자의 공제액은 낮추고, 두 집단에도 과세 대상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기본공제 구간, 중부담 구간, 초고가 구간으로 나눠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이른바 ‘3그룹 설계’도 함께 논의하며, 주택 수 대신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중과 여부를 가르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 효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공시가격 35억원 주택을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를 기준으로, 기본공제액이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에서 70%로 오르면 과세표준은 13억8000만원에서 18억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세율을 그대로 두더라도 종부세는 946만원에서 1438만원으로 약 52%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고, 초고가 주택에 다주택자 수준 세율까지 적용될 경우 세액은 1872만원까지 오른다. 기본공제액 수준도 변수다. 같은 조건에서 공제액을 11억원으로 정하면 종부세는 1618만원, 10억원으로 낮추면 1745만원이 되는 등 공제액이 1억원 줄 때마다 보유세는 약 127만원씩 늘어나는 구조다. 반대로 실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액을 15억원으로 늘리면 세율 변화 없이도 종부세가 946만원에서 744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방식을 보유기간 중심에서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고, 초고가 실거주 주택에는 별도의 공제 한도를 두는 한편 비거주·다주택자에 대해서는 기본공제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득이 적은 고령의 실거주 1주택자를 위해 종부세 납부유예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다만 보유세 강화로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이번 개편은 주택 수 중심이던 종부세 체계를 실거주 여부 중심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평가되지만,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 폭이 최종적으로 어느 선에서 결정될지를 두고는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실거주자 보호에 무게를 둘 경우 공시가격 30억원 미만 고가 1주택의 세 부담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며, 이 경우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억누르기에는 개편 강도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