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4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접수된 의견이 27일 오후 기준 7153건에 달한 가운데, 마지막 토론회에서 나온 비아파트·민간임대 활성화 방안을 놓고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이번 온라인 의견수렴 창구에는 공급 분야 2277건, 금융 분야 2833건, 세제 분야 2012건 등 다양한 요구가 쏟아졌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토론회에 이어, 27일에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후속 토론회가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급 해법으로 제시된 것은 비아파트 사업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과 전문 민간임대 사업자 육성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비아파트 활성화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히며 금융 지원과 기업형 임대 등 공급 주체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정부의 확정안은 아니지만, 향후 공급 대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안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이 발표가 나온 직후부터였다. 정작 실수요자가 바라는 아파트 공급보다 비아파트와 임대주택이 앞세워졌다는 반발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졌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빌라 살면 인생 패배자"라는 반응이 나왔고, '디시인사이드'의 한 이용자는 "대출을 막더니 이제는 빌라를 사라고 부추긴다"며 "빌라를 매수할 바에는 월세로 살겠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빌라를 살 바에는 월세로 살면서 아파트 매수를 준비해야 한다"고 썼고, "집값을 못 잡겠다면 전월세 시장이라도 안정시키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같은 반발의 바탕에는 비아파트가 아파트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뿌리 깊은 인식이 자리한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선호하는 유형으로 응답자의 79.7%가 아파트를 꼽았다. 주차·관리 편의성과 환금성, 자산가치에서 아파트와 격차가 크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데다, 최근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겪으며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도 커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비아파트 공급 감소를 두고 민간 임대차를 뒷받침해온 금융 체계가 사실상 약화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공급대책이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민간분양에 집중된 반면 민간 장기임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사업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공급자 금융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청년층에게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자산 형성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도 반발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가 '주거 사다리'의 출발점으로 빌라와 임대주택을 제시할 경우, 내집마련의 문턱을 낮추기보다 아파트 진입 자체를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필요한 정책이더라도, 이를 아파트 공급의 대체재처럼 내세우는 순간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대주택 공급자 측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네이버 부동산 카페와 '부동산 스터디' 등에서는 세금 부담에 건물 수선비, 임차인 관리 부담까지 겹치면 민간임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이용자는 "현실은 세금보다 임차인들로 인한 건물 누수와 감가상각, 수리·보수비 부담이 더 크다"며 "'다주택자 적폐', '지주·건물주 적폐' 소리는 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주택 보유를 규제하면서 동시에 여러 주택을 운영하는 전문 임대사업자를 육성하겠다는 방향이 서로 충돌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출 총량 규제로 잔금대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자에 대한 우려도 토론회 과정에서 함께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경계에 놓인 시민을 구제할 방법을 정부가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급·금융·세제 전반에 걸쳐 상반된 요구가 동시에 쏟아지는 만큼, 정부가 비아파트·민간임대 활성화 방안을 실제 공급 대책에 어떻게 담아낼지가 향후 관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