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8.90% 올랐다. 연간 누적 상승률이 10%를 웃도는 노원구·성북구 등 동북권 일부를 제외하면 서울 자치구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여기에 3930가구 규모의 잠실주공5단지가 이주 준비 단계에 진입하면서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잠실5단지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3일 관리처분계획 타당성검증 용역업체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마감은 오는 10일 오후 2시다. 같은 날 명도소송·소유권이전등기소송 등을 맡을 법률업체 선정 입찰도 별도로 공고했으며, 마감 시한은 오후 3시다. 사업 대상지는 송파구 잠실동 27번지 일대 35만8077㎡로,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최고 65층, 총 6411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관리처분계획은 기존 주택과 토지의 종전자산가액, 새 아파트 분양가, 조합원별 분담금 등을 확정하고 권리 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절차다. 조합이 이번에 발주한 타당성 검증 용역은 분양 자격과 사업비 산정, 관리처분 기준 등이 관련 법령과 조합 정관에 부합하는지를 점검하는 작업이다. 법률업체 선정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 과정에서 건물을 기한 내 인도하지 않는 소유자·점유자에 대한 명도 절차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준공된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노후 대단지다. 2003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층수 규제와 학교용지 문제가 맞물리며 후속 절차가 지연됐다. 인근 잠실주공 1~4단지가 2009년을 전후해 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로 각각 재건축을 마친 것과 대조적이다. 사업에 다시 속도가 붙은 건 2022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고 50층 규모 정비계획이 통과되면서부터다. 이후 2024년 신속통합기획 자문과 복합용지 최고 65층 허용 등을 거쳐, 올해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추진위 승인 23년 만에 관리처분 단계 진입을 앞두게 됐다.
조합은 올해 하반기 감정평가와 조합원 분양신청을 진행하고, 2027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이후 4000가구에 육박하는 기존 단지의 이주가 본격화된다. 인가된 계획에 따르면 주택용지에는 지하 4층~지상 49층 4942가구, 잠실역과 맞닿은 복합용지에는 지하 4층~지상 65층 1469가구가 들어선다. 지난 8월 6일 기준 전용 82.61㎡ 실거래가는 45억7500만원(9층)으로, 지난해 12월 기록한 신고가(46억2500만원)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잠실주공5단지의 이주가 단독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송파구에서는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를 비롯해 잠실장미(4800가구), 잠실우성(2716가구), 올림픽선수기자촌(5540가구), 올림픽훼밀리타운(4494가구) 등 주요 사업장만 합쳐도 기존 주택 수가 2만 가구를 웃돈다. 잠실우성4차와 가락미륭 등 중소 규모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향후 재건축 과정에서 비워질 주택은 2만5000가구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 속도를 고려하면 잠실권 단지들이 먼저 움직이고 올림픽공원 일대 대단지들이 뒤따르는 '릴레이 이주'가 예상된다.
전세 수급 충격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이주 후 생활권 내 전셋집 확보의 어려움이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 전세 보증금은 약 5억원 수준이지만, 인근 파크리오 전용 84㎡는 10억~14억2000만원, 잠실엘스 전용 84㎡는 11억2000만~14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존 보증금을 돌려받더라도 같은 생활권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잠실르엘(1865가구)·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등 총 4543가구의 신규 입주가 이어지며 전세 물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송파구 전셋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잠실 일대는 오랜 기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매수자가 상당수인 만큼, 이주가 시작되면 일대 전세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잠실주공5단지에서 실제 거주 중인 소유주 비중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잠실은 전셋값 자체가 높은 지역인 만큼, 조합원들이 이주비를 얼마나 원활하게 조달하느냐가 사업 진행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