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한때 한국 주거 문화의 상징이었던 전세는 이제 주류 지위를 완전히 잃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52.4%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6.4%)보다 6.0%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아파트 임대차에서 월세가 전세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역시 43.9%에서 52.0%로 8.1%포인트나 뛰었고, 수도권과 지방도 각각 51.9%, 53.3%를 기록하며 전국적으로 고른 상승세를 보였다.
주택 전체로 보면 월세화는 더욱 가파르다. 올해 1~7월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8.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포인트 늘었다. 2022년 처음으로 50%대를 넘긴 이후 2023년 55.0%, 2024년 57.3%, 지난해 61.8%에 이어 올해 들어 70%에 육박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월세 비중이 69.7%에 달해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수도권은 66.9%, 지방은 70.9%를 기록했다.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이미 월세가 대세로 굳어진 지 오래다. 전국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80.4%, 서울은 78.0%에 이르렀다. 지방 비아파트는 82.8%에서 87.5%로 4.7%포인트 더 올라 사실상 전세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이 같은 구조 변화의 배경에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확산된 전세 기피 심리, 임대차 물량 감소, 대출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04.8로 전월(104.5)보다 올랐고, 수도권으로 좁히면 110.2까지 치솟는다. 수급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전국 월세수급지수도 104.8에서 104.9로, 수도권은 109.1에서 109.4로 각각 상승해 전세와 월세 모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달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후속 조치로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월세로 나온 민간 임대 물건을 공공전월세안정화기구가 전세로 전환해 세입자에게 공급하는 구조다.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기구에 예치하면 기구가 이를 운용해 임대인에게 월세 형태의 수익을 지급하고, 계약 종료 시 보증금 반환도 기구가 책임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예치와 운용·반환 업무를 맡으며, 올해 우선 5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세보증금이 묶이는 기간 동안 집주인이 감수할 기회비용을 상쇄할 만한 수익률이나 세제 혜택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임대인들이 안심신탁보다 직접 월세 계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이 사업이 전세의 월세화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비아파트에서 시작된 월세화 흐름이 아파트로까지 번지면서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임대차 시장의 고비용 구조가 이대로 고착화될 경우, 주거 사다리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