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 자치구 중 19곳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아파트가격 동향 기준 지난 6월 통계다. 정부가 강남권 집값 억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다고 여겨졌던 외곽지역의 집값이 빠르게 올라 시장 전반이 들썩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구로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5월 104.3, 6월 106.0으로 반등하며 2022년 1월 기록했던 전고점(104.5)을 넘어섰다. 관악구 역시 6월 105.4로 종전 최고치(105.1)를 웃돌았다.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자치구는 중랑·강북·도봉·노원·은평·금천구 등 6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개별 단지 단위에서도 신고가 경신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구로구의 한 아파트 전용면적 84㎡ 매매 호가는 처음으로 20억 원 선을 넘어섰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84㎡는 올해 1월 17억3000만 원에 거래되며 2021년 전고점을 돌파한 뒤 상승 흐름을 이어가다 20억 원 실거래까지 나왔다. 같은 단지 59㎡ 역시 15억5000만 원 신고가 거래가 확인됐다. 노원구 월계동 한화그랑빌 84㎡(11억6500만원), 75㎡(10억6700만원), 59㎡(10억6000만원)도 모두 지난달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중랑구 면목라온프라이빗 84㎡(12억9000만원), 95㎡(13억6000만원)도 최고가에 거래됐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실수요의 '외곽 이동'이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 핵심 지역 진입이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를 활용하기 쉬운 15억 원 이하 단지로 몰렸고, 이 수요가 외곽 집값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성북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공급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15억 원 밑으로 살 수 있고 대출이 6억 원까지 나올 수 있을 때 사자는 추격 매수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 시장의 불안도 매매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전세 매물이 크게 줄면서 임대 수요가 매수로 전환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중랑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가 너무 많이 오른 데다 매물 자체가 없다. 조금 더 보태서 대출을 받아 그냥 사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권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8억 원을 넘어선 것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수치다.
여기에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전세 공급을 더욱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거주하지 않는 집주인에게 세금을 대폭 올리는 방향으로 세제가 개편되면서, 임대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거나 매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 감소가 가속화하면 전셋값 상승→매수 전환 흐름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해질수록 지난 10년간의 시장을 지켜본 수요자들 사이에서 '늦기 전에 서울에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강해지는 역설적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15억 아래 중저가 아파트가 시장을 끌어올린 결과로, 분양가 상승까지 더해지며 기존 아파트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조정장에서는 중저가 아파트들도 단지별 하락 폭과 기간이 제각각인 만큼 유의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