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 약 3주 만에 당정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 방향으로 보완 작업에 착수하면서,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매도를 서두르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8월 3일 재정경제부가 확정한 세제개편안에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70%로 높이며 종부세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가 14억원으로 오르는 것과 대비되는 구조로, 전근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에 발표 직후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절세 목적의 급매물이 쏟아졌다. 강남구 압구정현대 1·2차 전용 198㎡의 경우 세제개편안 발표 전인 7월 13일에는 119억원에 매물이 등록됐으나, 발표 이후 같은 면적 매물이 92억원까지 내려왔다. 압구정 신현대 전용 155㎡도 상반기 거래가보다 7~9억원 낮은 77억원에 나오는 등 고가 단지 전반에서 호가를 낮춘 매물이 속속 등장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으로 강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월 둘째 주에 전주 대비 0.02%, 서초구는 0.04% 각각 하락해 2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세제개편안 발표 약 3주 후인 23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분위기를 바꿨다. 당정은 이날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을 실거주자와 같은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과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예외 확대 등을 논의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회의에서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높이는 개편안에 대해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당정은 수정안을 다음 달 1일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3일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이 알려지면서 강남권 현장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대치동 일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개편안 발표 직후 하루 10건 이상 쏟아지던 매물이 여당에서 비거주 완화 논의가 나오자 '상황을 지켜보며 가격을 조정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일부 집주인은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1억~2억원 올리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고 공급 부족 인식이 뚜렷한 상황에서, 세 부담 완화 기대감만으로도 매물 출회가 줄고 국지적 가격 조정이 수그러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세제 방향의 급선회는 시장 신뢰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앞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선언하며 "앞으로는 유예가 없다"고 못 박은 지 불과 수개월 만에 기조를 바꾼 전례가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중개업계에서는 정부 발표를 믿고 서둘러 집을 처분한 사람만 손해를 보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시장의 정책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세제의 잦은 방향 전환이 혼란과 불만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