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선의, 비거주=투기' 공식의 균열…종부세 개편안 손질 불가피

정부가 실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부동산 세제를 전면 재편하겠다고 나선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여당이 제동을 걸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세제개편안이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당정 간 수정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제도의 기본 골격인 '비거주=투기' 판단 기준이 유지되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주=선의, 비거주=투기' 공식의 균열…종부세 개편안 손질 불가피
ⓒ TV조선

지난 8월 3일 재정경제부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6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체계를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당시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는 원칙하에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정착되도록 부동산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주택자라도 해당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을 경우 종부세 기본공제액이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실거주 1주택자는 14억원으로 공제 혜택이 늘어나 시가 20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는 사실상 과세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세 부담 상한도 직전 연도 납부세액의 150%에서 200%로 높아지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보유기간 중심에서 거주기간 중심으로 재편된다.

정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를 위한 예외 규정도 함께 제시했다. 1년 이상 거주하다가 취학·전근·질병·해외 체류·부모 봉양 등의 이유로 다른 시·군으로 이주한 경우 최대 3년간 실거주로 인정하기로 했다. 정비사업으로 기존 주택이 철거된 뒤 신축주택을 취득한 경우에는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기간으로 보기로 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예외 인정 기간이 제한적이어서 장기 타지 근무자나 자녀 교육, 가족 돌봄 등의 사정으로 집을 비워둔 1주택자는 세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의 권유로 전세 세입자가 있는 이른바 '세 낀 집'을 매수했다가 뜻밖에 비거주 1주택자로 분류된 경우처럼, 정책 간 충돌에 따른 혼란도 잇따랐다. 또한 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매도나 직접 입주를 선택할 경우 세입자가 퇴거를 강요받고 전월세 공급 물량도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여당도 입장을 바꿨다. 23일 개최된 제10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고,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늘리는 세제 개편에 대해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며 수정을 강하게 요청했다. 민주당은 아예 1주택자에 대해 거주·비거주를 구분하지 말 것을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당정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는 경우에 대한 실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시는 분에 대한 거주 인정 확대 등 다양하게 제기되는 의견에 대해 당정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정부 세제개편안은 이르면 다음 주 수정안이 마련된 뒤 내달 1일 국무회의 보고를 거쳐 3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다만 재경부는 이번 개편의 기본 원칙인 '거주 중심·주택가액 단일화'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건영 재경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이번 세제개편의 큰 뼈대인 '거주 중심 1주택자 보호'는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기본 원칙이 흔들릴 경우 정책 신뢰 훼손과 연관 세제의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의 수정 움직임이 결국 비거주 예외 사유를 일부 넓히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의 요구는 근본적 대책이라기보다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본질적으로 보유세 폭탄 기조를 손질하지 않는 한 거주·비거주 여부를 구분하는 기준을 일부 조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도 비거주 예외 조건을 넓히더라도 행정적으로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주 여부로 투기성을 판단하는 기조가 유지되는 한 원활한 주거 이동이 막혀 시장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이번 주 인기 글

NEWS

댓글 쓰기

💬 욕설 및 비방, 홍보성 댓글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