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세제개편안이 등록임대아파트의 양도소득세 특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정부 권고를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던 민간 임대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소급입법 논란과 정책 신뢰 훼손을 이유로 한 국민청원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월세 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임대기간 중 양도차익이 4억원 발생한 경우,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2027년까지는 세금이 9000만원 수준이지만, 2028년에는 1억4000만원, 2029년 이후에는 3억2000만원으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여기에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 축소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방침이 맞물리며 보유세 부담까지 대폭 증가하게 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돼 등록이 말소되는 조정대상지역 등록임대아파트의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우대 50%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2028년에는 장특공제 우대가 50%에서 30%로 줄고 양도세 50% 중과가 적용되며, 2029년 이후에는 우대 혜택이 전면 폐지된다. 상생임대주택 제도 역시 내년부터 종료돼 2029년까지 처분해야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등록임대 제도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 임대인들에게 양도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배제 및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제시하며 대대적으로 장려한 것이다. 임대료 인상률 5% 상한과 의무임대 기간 준수라는 규제를 받는 대신 세제 혜택을 보장하는 구조였다. 아파트 등록임대는 2020년 신규 등록이 폐지됐으나, 2018∼2019년 집중 등록된 물량의 의무임대 기간 만료와 자동 말소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혜택 축소 방안이 발표된 셈이다.
임대사업자들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지점은 신뢰 훼손과 소급입법 논란이다. 의무와 규제는 모두 이행했는데 약속한 보상이 사후에 박탈된다는 것이다. 21일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에는 '8년 의무임대 종료한 아파트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특례 약속을 지켜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 하루 만에 공개 전환 기준인 100명 찬성을 달성했다. 이 청원은 새로운 세제 개편안을 신규 임대사업자부터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주택자 장특공제 10억원 한도 신설에 반대하는 별도 청원 역시 동의자 수가 5만명에 육박한 상태다.
현실적으로 매도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등록임대주택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 중첩 규제지역에 묶여 있는 데다, 임대차 계약 잔여 기간이나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재건축 추진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실상 처분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월세 시장에 미칠 파장도 우려 사항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올해 의무임대 기간이 종료돼 자동 말소되는 아파트는 2만2822가구에 달하며, 내년과 내후년에도 1만4861가구가 말소 예정이다. 이 물량이 임대인의 실거주 또는 매도 물량으로 전환될 경우 전세 공급 절벽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협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서울 등록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는 일반 민간임대주택 대비 월세는 54.7%, 전세는 53% 수준에 불과해 서민 주거 안정에 실질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세제개편안이 등록임대주택 제도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규제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성창엽 협회장은 "소급적 과세특례 폐지와 영세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증세는 공공임대에 버금가는 등록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키고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해칠 수 있다"며 국회와 정부에 즉각적인 재검토와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조정대상지역의 등록임대 아파트에만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비아파트나 비규제지역 아파트에는 기존 혜택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조정대상지역의 아파트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기대하는 매물 확대 효과와 임대시장 위축 우려 가운데 어느 쪽이 현실화될지는 세제개편안이 국회로 넘어간 이후에도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