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사라진 서울…여의도 재건축 이주민, 파주·원주로 밀려난다

서울에서 올해 약 1만5000가구 이상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이주해야 하는 가운데,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강남·동작구 등 주요 정비사업장이 동시에 이주에 나서면서 이미 빠듯한 임차 시장에 대규모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 매물 사라진 서울…여의도 재건축 이주민, 파주·원주로 밀려난다
ⓒ 헤럴드경제

이주 수요가 가장 먼저 현실화된 곳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이 단지는 10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6개월에 걸쳐 이주 절차를 밟는다. 현재 최고 12층, 576가구 규모인 대교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49층, 912가구의 '래미안 와이츠'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 1호 대상지로, 조합 설립 이후 약 2년 4개월여 만에 이주 단계에 이른 이례적으로 빠른 행보다.

문제는 이주 수요를 감당할 전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여의도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여의도에서 물건이 나와도 예전 매매가 수준의 전셋값이 붙어 있다"며 "사실상 전세는 씨가 말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비 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현금 여력이 부족한 조합원들은 생활 근거지에서 훨씬 먼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서울 전세 매물이 1년 전보다 40.8%, 월세 매물이 15.1% 감소한 상황이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주민들은 당산·마포·영등포 등 인근 지역으로 흩어지거나, 더 저렴한 주거지를 찾아 경기도 외곽까지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일부 고령 집주인들은 1억원대 전셋집을 구하려 파주와 원주까지 발품을 팔고 있다. 학령기 자녀가 있는 가구는 목동이나 대치동, 자녀를 다 키운 경우는 경기도 신축 아파트를 알아보기도 한다. 실버타운 입주를 검토하는 고령 조합원도 적지 않다.

이주 부담은 재정 상황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가족 소유 주택으로 이주를 해결한 조합원은 "분담금이 비싸긴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비교적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25년간 단지 한 채만 보유해온 조합원은 "신축을 받아도 수익이 없는데 보유세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부담을 토로했다. 고령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분담금 여력이 부족한 경우 차라리 매도해 자녀에게 증여하겠다는 판단도 나오지만, 최근에는 매물을 내놔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매매 시장에서는 8·3 세제개편안 발표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대교아파트는 지난 7월 133㎡가 39억원에, 8월에는 95㎡가 34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지만, 세제개편안 이후 매수 문의와 실거래 건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매물은 10년 이상 보유·5년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한 장기 보유자들이 내놓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의도를 넘어 서울 전체 정비사업 일정을 보면 충격은 더 커진다. 강남 송파구 가락삼익맨숀(936가구)과 신반포12차(324가구), 강서구 방화3구역(707가구), 용산 산호아파트(647가구), 동작구 노량진1·3구역 등이 올해 안팎으로 이주에 나선다. 나아가 2030년까지 서울의 이주 예정 물량은 17만9310가구에 달한다. 이주 시기가 겹칠수록 전월세 가격 급등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한양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서광채 교수는 "현재 시장은 전셋집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이주비도 충분하지 않아 현금이 부족한 주민은 생활 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며 "전월세난이 심화하면 후속 사업장에서 속도 조절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 역시 "이주 시기를 분산하고 거주 대책에 따라 사업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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