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꺼냈다. 전세제도를 "전 세계에 유례없는 사금융"으로 규정하며, 전세대출 확대가 집값 급등과 전세사기 피해의 근본 원인이라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게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세의 월세 전환율이 연 6~7% 수준인 데 반해 은행 대출금리는 4%, 특례대출은 3%대에 그쳐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를 유지하는 것이 월세보다 금리 면에서 유리한 구조가 수요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전세사기 피해와의 연관성도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집값이 1억 원인 주택에 전세가 1억 2000만 원이 형성되고 이를 100% 보증해주는 구조가 사기꾼에게 기회를 줬다"며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보증 확대가 집값을 초과하는 이른바 '깡통전세'의 온상이 됐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한국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이 사치품화된 현실을 지적하며 서구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7월 중 정리가 가능하다"는 일정도 제시하며, 주택 공급 정책 역시 속도를 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택지개발과 재건축·재개발 등 공급 경로를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세 물량 감소에 대해서는 정상화 과정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종료 이후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무주택자의 실거주 매입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전세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 물량 부족으로 폭등했다는 것은 그런 상황을 원하는 쪽에서 만들어낸 논리"라며 "통계적으로 보면 대폭등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향후 주거 공급 방향으로 공공임대 확대를 제시했다. 입지 좋은 곳에 싸고 품질 높은 임대주택을 공급해 평범한 중산층도 충분히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조금씩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번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월부터 구두 개입으로 부동산 가격을 눌러 놓지 않았다면 엄청나게 폭등했을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선거에 나쁜 영향보다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억제 기조가 유권자에게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자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