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폭락장에 '상위 1% 초고수'들은 삼성·하이닉스 쓸어담았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0%가량 폭락하며 2020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 역시 4%대 급락을 면치 못했다. 브로드컴의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가 도화선이 됐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 초고수 순매수 [미래에셋증권]

이 여파는 8일 국내 증시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장 초반 삼성전자는 9% 이상, SK하이닉스는 8% 안팎 급락했고, 코스피 전반에 걸쳐 하방 압력이 거셌다. 달러·원 환율이 1,530원대를 돌파하며 외국인의 매도세를 자극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 혼란 속에서 정반대의 선택을 한 투자자 집단이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증권이 AI 알고리즘으로 선별한 수익률 상위 1% 이른바 '초고수' 투자자들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순매수 2·3위에 올리며 저가 매수에 집중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을 AI 인프라 투자의 구조적 지속성에서 찾는다. SK증권은 8일 리포트에서 AI 기업들의 상장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금 조달 현황을 짚으며 "AI 투자에 대한 당위성과 독립성은 여전히 확고하다"고 분석했다. 메모리의 구조적 병목과 AI 시대에서의 위상 제고,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강세가 단기 조정으로 훼손될 성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SK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61만원, 400만원으로 유지했다.

초고수 순매수 1위는 현대차였다. 장 초반 현대차 주가는 9.86% 급락했지만, 피지컬 AI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 기대감이 이탈을 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밸류에이션 상승 모멘텀이 현대차 주가 재평가를 견인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74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순매수 4위에는 네이버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네이버 사옥을 찾아 이해진 의장과 협력 확대 및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을 논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황 CEO는 이번 방한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반도체·AI·로보틱스 분야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삼성전기, 삼성SDI, 미래에셋증권, 리노공업, 삼성증권 등도 순매수 상위권에 포진했다.

ⓒ 초고수 순매도 [미래에셋증권]

반면 매도 대응도 뚜렷했다. 순매도 1위는 원익IPS로, 최근 반도체 대형주 훈풍을 타고 단기 급등했던 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이 미국발 충격에 하락하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순매도 2위인 LG는 3거래일 연속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젠슨 황 방한이라는 주요 모멘텀이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LG이노텍 역시 장 초반 13%대 급락하며 순매도 3위에 들었다. 삼성중공업, 넥스틸, 로보스타,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수페타시스, 테스 등도 매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이날 시장의 흐름은 단기 충격 속에서도 AI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성장을 믿는 세력과, 단기 급등 재료의 소진을 인식하고 발을 빼는 세력이 뚜렷하게 갈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급락장이 오히려 옥석 가리기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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