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부족과 매매 매물 잠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수도권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올해 누적 상승률은 3.93%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2%를 크게 웃돌았다. 경기는 -0.38%에서 2.06%로, 인천은 -0.83%에서 0.31%로 각각 반등하며 수도권 전반에 걸쳐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이번 상승 흐름의 특징은 온도 차의 역전이다. 지난해까지 집값 오름세를 주도했던 강남3구는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이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강남구는 지난해 같은 주차 누적 5.61%에서 올해 0.37%로, 서초구는 5.17%에서 1.85%로, 송파구는 6.13%에서 2.67%로 각각 낮아졌다. 용산구도 2.87%에서 1.87%로 상승폭이 줄었다.
반면 비강남권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성북구는 지난해 0.61%에서 올해 6.65%로 뛰었고, 강서구는 0.66%에서 6.21%, 관악구는 0.36%에서 5.86%, 구로구는 0.33%에서 5.41%로 각각 상승폭이 확대됐다. 영등포구(2.14%→5.49%), 서대문구(0.85%→5.45%), 동대문구(0.13%→5.09%)도 지난해 수준을 큰 폭으로 넘어섰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곳에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높은 누적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경기 지역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용인 수지구는 1.99%에서 8.38%로 경기권 최고 수준의 오름폭을 보였고, 안양 동안구(0.99%→8.36%), 광명시(-2.29%→7.89%)도 가파르게 반등했다. 구리시(-0.12%→6.86%), 하남시(0.72%→6.40%), 성남 분당구(1.76%→6.21%) 등 경기 남부권과 서울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흐름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이는 핵심 지역에서 밀려난 수요와 갈아타기 수요가 중하위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수도권 전반의 동반 강세 배경으로는 전세시장 경색이 꼽힌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올해 누적 상승률은 3.77%로, 지난해 같은 주차 0.65%에 비해 여섯 배 가까이 높아졌다. 경기는 0.27%에서 2.77%로, 인천은 -0.40%에서 1.94%로 각각 뛰었다. 전세 매물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 새 30% 이상 급감한 상태로, 세입자들이 전세 구하기를 포기하고 매수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매매·전세·월세 모두에서 공급자 우위가 뚜렷해지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매매 매물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난 지난달 9일 6만8495건에서 이달 기준 6만228건으로 한 달 새 12.1% 감소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시장 유통 물량이 줄고, 결과적으로 가격 협상력이 매도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은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매물 출회보다 매도 보류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거래량 위축과 매물 잠김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7월 세제개편안과 규제지역 확대, 금리 변동이 하반기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