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여파에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착공 물량이 장기 평균의 20~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청년과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비아파트 시장이 사실상 공급 절벽 상태에 빠지자, 정부가 공공 매입임대와 도시형생활주택 확대로 전월세 시장 안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9,703가구로, 2021년 같은 기간(3만4,049가구) 대비 71.5% 감소했다. 지난해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도 3만3,061가구로 전년보다 11.4% 줄었고 착공은 3만1,215가구로 7.7% 감소했다. 최근 3년 누적 기준으로 보면 착공 규모는 장기 평균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KBS 뉴스7에 출연해 "전월세 문제의 핵심은 결국 공급 부족"이라며 비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등 다양한 주택 유형의 공급을 서둘러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주택 공급 확대와 지역균형발전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전세사기 여파가 비아파트 시장마저 위축시켜 전월세 시장 악화로 이어졌다고 진단하며, 청년과 젊은 층이 비아파트에 다수 거주해왔다는 점에서 공급 회복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공급 절벽의 원인으로 대출 규제와 건축비 상승, 전세사기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지난해 9·7 대출 규제로 주택 신축판매업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이 사실상 0%까지 제한되면서 사업장이 줄줄이 멈춰 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규제지역 LTV 완화와 기금·보증상품 마련, 다세대·연립주택 건축기준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아파트 착공 이후 입주까지 기간이 아파트보다 짧다는 점에서, 공급이 살아난다면 전월세 시장에 즉각적인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2026~2027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중 서울·경기 규제지역에는 신축 5만4,000가구, 기존주택 1만2,000가구 등 6만6,000가구를 집중 배치한다. 장기 방치된 상업용지 등 비주택용지는 주택 용도로 전환하고, 서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는 이달 공개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 등 주요 지구 착공 시기는 1~2년 앞당기고, 2030년까지 공공주택 5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도심 우수 입지에는 고품질·부담 가능한 장기 공공임대를 신설하고, 청년층 공공주택 지원체계도 손질하기로 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요인에 대해 김 장관은 자산시장 동조화, 유동성 확대, 주택 공급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공급·금융·세제·규제·부동산 감독을 종합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분야별 토론회 의견을 취합해 23일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서는 거점도시 조성 전략이 제시됐다. 김 장관은 교육·의료·문화 등 정주 여건을 갖춰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겠다며, 광주·전남 호남권 메가프로젝트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단순히 산업만 이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사업계획을 정부가 뒷받침하는 기업형 첨단도시도 병행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관련해서는 삼성 측 부지공사 발주가 이날 이뤄졌다고 밝히며, 올해 말까지 착공 준비를 마치겠다고 했다. 과거의 단계별 순차 방식 대신 용인과 광주·전남 등 산업단지의 절차를 병렬로 추진해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