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증시 활성화로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데이터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동안, 주식을 팔아 마련한 돈이 주택 매입으로 대거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최근 증시 급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 자금 이동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대금으로 주택을 매입한 자금 규모는 총 3조7254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65.5%인 2조4396억원이 서울 주택 매입에 쓰였으며, 강남구(3706억원)·송파구(3531억원)·서초구(2903억원) 등 강남 3구에 집중됐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조259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1조1086억원), 50대(8022억원) 순이었다.
고가 주택 매입에서 주식·채권 매각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가파르게 뛰었다. 15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서 해당 비중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4% 안팎에 그쳤지만, 올해 1~3월에는 9%대로 두 배 수준으로 오른 데 이어 4월에는 13.2%까지 치솟았다. 증시 수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이 핵심 입지의 고가 아파트로 자금을 옮기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김종양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자금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국민들은 주식을 팔아 집을 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자본시장 자금이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부동산 정책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증시 급락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재부상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코스피가 연간 17.3% 하락하는 동안 서울 집값은 오히려 18.3% 상승한 전례가 있다. 증시와 부동산이 엇갈린 방향으로 움직였던 셈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서면 변동성이 큰 자산을 피해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경우 증시 조정이 집값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증시 급락이 곧바로 부동산 매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가가 빠르게 떨어지면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자산 규모가 쪼그라들어 주택을 살 여력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급격히 조정을 받는 국면에서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심리가 얼어붙기 쉽고, 실제 매수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 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편 올해 들어 주택 취득 자금 조달 구조에서는 또 다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증여·상속을 통한 자금 비중도 크게 늘어, 서울의 경우 2024년 3.3%에서 올해 1~4월 6.4%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금융자산 처분과 부의 대물림이 동시에 주택시장 진입의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