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4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를 열었다. 김윤덕 장관과 김이탁 1차관, 한국부동산원장, LH 사장, HUG 사장을 비롯해 학계·업계·언론계·시민사회 전문가와 청년·신혼부부 등 일반 시민까지 약 60명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국토부(공급)·금융위원회(금융)·재정경제부(세제) 순으로 사흘간 이어지는 부처별 릴레이 공개토론회의 첫 일정으로, 국토부 공무원이 직접 발언하지 않고 참석자들의 의견만 청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조발제를 맡은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허가에서 착공, 분양, 준공, 입주로 이어지는 공급 순환 구조가 현재 착공 단계에서 심각하게 막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이프라인 복원을 위해 금융·세제 지원, 정비사업 활성화, 건축 규제 유연화, 임대주택 공급 방식 다변화, 주거비 부담 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 문제는 가장 뜨거운 현안 중 하나였다. 전세사기 여파와 수익성 악화로 빌라·연립·다가구 등 비아파트 공급이 급감하면서 단기 주거 수요를 메울 대안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수도권 비아파트 사업장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LTV가 크게 축소돼 이미 완공된 주택은 물론 착공을 준비하던 사업까지 멈춰 섰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행 다세대주택의 층수(4개 층 이하)·연면적(660㎡ 이하) 제한이 1990년에 만들어진 기준이라는 점에서 이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정 요건을 갖춘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거나, 주택 신축판매업자에게 적용되는 LTV 0% 규제를 완화하고 비아파트 전용 기금·보증상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민간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의 대출 총량 규제로 이주비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도심복합사업지인 서울 신길2구역 김명희 위원장은 이주비 대출을 실행해주겠다는 금융기관이 없어 사업장 상당수가 이주 지연 위기에 처했다고 밝히며, 정부가 신속 공급을 강조하면서 정작 꼭 필요한 자금을 차단한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용산정비창 등 도심 유휴부지 공급을 놓고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이견으로 주택 공급이 정치 쟁점화되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의 주택공급 촉진법처럼 기금을 조성하고 지자체가 자체 공급 확대나 인허가 해결에 나설 경우 추가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공공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둘러싼 이견도 표면화됐다. 공공분양 재판매 가격을 시세의 80% 수준으로 제한해 다음 수요자가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하는 순환 방식이 제안됐다. 공공임대 비율에 대해서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최소 50% 이상을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LH의 토지 매각에 기대는 방식 대신 정부 재정 투입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가 뒤따랐다.
토지거래허가구역·규제지역 지정의 재검토 여부를 두고는 정반대 시각이 맞부딪혔다. 서울 강남구와 경기 용인 기흥구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 탓에 전세 매물 감소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패키지식 규제를 세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반면 2025년 서울시의 토허구역 해제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1분기 기준 14억원을 넘어섰다는 사례를 들며, 가격 안정도 공급 못지않게 중요하므로 규제를 쉽사리 풀어서는 안 된다는 맞선 목소리도 나왔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장관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주택 문제 같다"며 "여러분의 의견을 잘 정리해서 전달할 것이고, 국토부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부동산 망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상황을 진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부처별 토론 결과는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종합토론회에서 종합되며, 최종안은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되는 2026 세제개편안에 반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