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800조 투자에 광주 거래 폭증…정부, 토허제 지정 검토

지난달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800조원을 투입해 호남권에 반도체 팹 4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정부가 6일 광주 군공항 부지를 클러스터 조성 사업 대상지로 공식 선정하면서 광주 부동산 시장 전반에 투기 경계령이 내려지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호남에서) 여러 가지 부동산이 들썩거린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직접 언급했다.

삼성·SK 800조 투자에 광주 거래 폭증…정부, 토허제 지정 검토
ⓒ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8일 현재 광주 군공항 인근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협의 중이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주재의 간부회의에서 박금화 도시공간국장은 "국토부와 회의를 진행했으며 정부 발표가 이번 주 내로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도 "대규모 국책사업이 진행되면 투기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광주 군공항 인근 부지의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지정 시기와 범위는 지방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확정될 전망이다.

거래량 흐름을 보면 개발 기대감이 부동산 시장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전남·광주의 분양·입주권 거래량은 23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211건, 2월 222건에서 3월 178건, 4월 161건, 5월 135건으로 꾸준히 줄어들던 거래가 6월 들어 반등한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 투자 검토 소식이 공개된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20일 사이에만 194건이 체결돼 6월 전체 거래의 81%를 차지했다.

거래 쏠림 현상은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연구·산업·주거 기능이 복합된 첨단3지구가 핵심 무대였다. 6월 한 달 동안 광주 북구에서 분양·입주권 52건, 전남 장성군에서 136건이 거래돼 두 지역을 합산하면 전체 거래의 약 79%가 이 일대에서 이뤄졌다.

다만 거래량 급증이 곧바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장성군 힐스테이트 첨단센트럴, 첨단제일풍경채 A2블록, 북구 첨단제일풍경채 A5블록 등 주요 단지 3곳의 중위 프리미엄을 살펴보면, 반도체 투자 계획 발표 전 약 3045만원에서 발표 후 약 3004만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화되는 흐름은 나타났지만 가격이 본격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 아파트값 자체도 여전히 약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29일 기준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5% 하락했으며,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로는 1.57%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토허구역 지정 검토에 속도를 내는 데는 선례의 영향도 있다. 반도체 산업 활황과 맞물려 화성 동탄구 아파트값이 6월 둘째주 1.98%, 셋째주 2.22% 등 4주 연속 1%대 이상 급등하자 국토부는 지난 1일 화성시 동탄구·용인시 기흥구·구리시를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경기도가 5일 토허구역으로 추가 묶은 바 있다. 앞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설 남사읍·이동읍도 개발 계획 발표 직후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전례가 있다. 2019년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2023년 삼성전자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때도 같은 수순이 적용됐다.

광주 군공항 부지는 약 250만 평(8.3㎢) 규모로 국유지인 데다 이미 평탄화 공사가 마무리돼 있어 부지 조성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도심 및 KTX역과의 접근성, 도로·공항·항만을 연계한 물류망도 입지 선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실제 집값에 어떤 파급력을 미치는지는 9일 발표되는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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