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지역 순회가 3일 경남 진주에서 세 번째 일정을 맞았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보고회 이후 광주(서남권), 충남 아산(충청권)에 이어 이번엔 진주에서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가 개최되며 영남권에만 잠정 27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공개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분야별로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구축에 146조 원, 피지컬 AI 분야에 13조 원, 자동차·조선·우주항공·에너지 등 나머지 산업 분야에 111조 원이 투입된다.
이번 보고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후속 행사 성격을 띤다. 앞서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서남권 보고회가, 전날인 2일에는 충남 아산에서 충청권 보고회가 열렸다. 수도권을 제외한 권역별 투자 규모는 호남권 896조 원, 충청권 392조 원, 영남권 270조 원(잠정) 수준으로 집계된다. 정부는 이번 투자가 특정 지역에 대한 시혜 차원이 아니라 기업이 입지와 인프라, 산업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규모 지역 투자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 목표를 재차 제시할 방침이다.
영남권 투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축은 우주항공과 방위산업이다. 한화그룹은 우주 주권 확보와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AI 역량 구축, 영남권 중심의 우주항공 생태계 완성을 목표로 향후 55조 원을 선제적으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이날 보고회에서 우주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주도해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발전기술과 우주역량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AI 영토를 우주까지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방AI를 기반으로 한국이 진정한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10년간 영남권에 총 42조 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내놨다. 울산과 대구, 창원을 자율주행 레벨4 이상 AI 기반 차량(AI DV) 전환과 미래 항공우주,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그룹의 모체가 되는 영남권을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올 4분기 가동 예정인 울산 EV공장을 축으로 최첨단 자동화 생산체계를 갖춘 제조 허브가 들어서며, 2030년까지 울산에는 현대모비스 배터리 시스템 조립라인, 대구에는 모터·제어기 생산라인, 창원에는 현대위아의 전기차용 열관리시스템 생산라인이 조성돼 부품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울산 수소연료전지공장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와 수전해기 생산기지로 육성되며, 미국 법인 슈퍼널을 통한 차세대 항공기체 개발과 우주 발사체 엔진·달 탐사 로버 제작 등 핵심 기술 국산화도 병행된다. 소형모듈원전(SMR)과 해상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 투자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인공지능 인프라와 로봇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영남권 첨단산업에 총 60조 원을 투자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영남권을 AI 전환(AX)과 로봇을 접목한 제조 AI 선도 거점으로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구미에는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체제와 제조 AI 팩토리,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19조 원이 투입된다. 삼성SDI는 울산에 16조 원을 들여 전고체 배터리 양산 기지를 조성하고, 삼성전기는 부산에 15조 원 규모로 AI 기판 라인을 증설하며, 삼성중공업은 거제에서 10조 원을 투입해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거점을 구축한다.
SK그룹은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을 통해 울산 100메가와트(MW)급 AI 데이터센터를 900MW까지 확장하고, 영남권에 추가로 1기가와트(GW) 이상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합치면 영남권에만 2GW 이상의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셈이다. SK그룹은 외자 유치를 포함해 총 140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가 영남권에 집중되는 배경에는 경남이 갖춘 산업 기반이 자리한다. 경남은 국내 최대 규모의 기계·항공·조선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진주와 사천을 중심으로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가 이미 조성돼 있다. 여기에 창원의 스마트 제조 역량과 로봇 산업 기반이 더해지면서 피지컬 AI 기술을 실증하고 산업화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경상남도는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피지컬AI 국가거점' 지정을 요청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보고회는 영남권 첨단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경남이 실제로 국가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계기로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지역 순회 보고회를 지방 주도 성장의 본격적인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주 지역 투자 계획 발표가 지방 투자의 신호탄이 될 것이며, 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 투자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정책 발표 순서로 인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추가 대책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진주 이후에도 다른 권역으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지역별 첨단산업 육성 경쟁과 균형발전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