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3 세제개편안이 실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차등화하면서, 투기와 무관하게 육아·직장 등 생활상의 이유로 자신의 집을 전세 놓고 이사해야 하는 맞벌이 가구들이 불이익을 떠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예외 규정이 마련됐지만 실제 삶의 다양한 주거 이동을 담기엔 촘촘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국회와 부동산업계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은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실거주 여부와 주택 가액'으로 전환한 데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기준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는 반면, 같은 1주택자라도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으면 기본공제가 9억원으로 줄어든다. 시가 20억원 수준의 비거주 1주택자는 내년부터 종부세 부담이 최대 4배까지 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도소득세 체계도 '거주 중심'으로 재편된다.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기간에 연 4%, 거주기간에 연 4%씩 각각 공제해 최대 80%까지 적용했지만, 개편 이후에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명칭과 구조 모두 바뀐다. 실제 거주기간에만 연 8%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돼 비거주자의 양도세 혜택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다만 이 조항은 국회를 통과한 확정 법률이 아닌 정부안 단계로, 2028년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취학, 직장 변경·전근, 장기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국외 거주, 60세 이상 직계존속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이사하는 경우 최대 3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예외 규정을 뒀다. 그러나 영유아를 조부모에게 맡기기 위해 거처를 옮기는 맞벌이 가구의 경우는 이 예외 목록에 명시돼 있지 않다. '그 밖에 유사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현재로선 해석이 불분명하다.
예외 사유를 충족하더라도 추가 요건이 적용된다. 이전일 현재 해당 주택에 1년 이상 계속 거주한 상태여야 하고, 이주 목적지가 '다른 시·군'이어야 한다. 같은 서울 내에서 이동하는 경우라면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예외 혜택을 받기 어렵다. 직장이나 육아 사정으로 서울 내 자치구 간 이동을 계획한 1주택자들이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 구조다.
비거주 1주택자가 세 부담을 피하려 실거주로 전환할 경우 기존 세입자가 전월세 시장으로 내몰리는 연쇄 효과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이 같은 문제는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공식 제기됐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거주 1주택을 규제하면 소유자는 실거주하거나 매도해야 하고, 어느 쪽이든 기존 세입자는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세입자가 시장으로 나오면 전월세 수요가 늘고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세밀한 대응을 주문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엇박자 지적이 나왔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면서도 토지거래허가제와 실거주 의무 등으로 매수자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규제 체계의 모순을 비판했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을 고려해 세제개편안 보완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불가피한 비거주까지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예외 기준을 보다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거주 주택에 보유세와 거래세 부담을 동시에 높이려면 과세 근거와 기준이 명확해야 하며, 실제 주거 형태를 반영하지 못한 일괄 기준은 의도치 않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