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세 제도가 사라질 것"이라며 전세 시장 축소 기조를 재확인했다. 앞서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대출을 집값 폭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며 전세를 '사금융'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후에도 "집값이 폭등하지 않도록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청년·신혼부부·생애 최초 수요자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핀셋형 지원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수치를 살펴보면 전세 대출과 집값 상승 사이의 인과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KB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하면, 시중은행이 현재와 같은 형태의 전세 대출을 본격 취급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바로 그 이전인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연평균 12.53%씩 급등했다. 반면 전세 대출이 확산된 2008년 이후 2025년까지의 연평균 상승률은 3.40%로, 그 이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특히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은 연평균 -1.31%로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전세 대출 잔액도 증가 추세와는 거리가 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21년 6월 133조 9080억원에서 2026년 6월 121조 1849억원으로 5년 사이 12조 7000억원 이상 줄었다. 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논리라면, 잔액이 감소하는 기간에도 집값이 오른 현실은 그 논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비중도 장기 하락세다. 통계청·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차가구 가운데 전세 비율은 2000년 64.0%에서 2010년 52.2%, 2020년 37.9%로 내려왔고, 2025년에는 34.2%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월세 비율은 같은 기간 36.0%에서 65.8%로 역전됐다.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전세 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면 전세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졌어야 논리가 맞는데, 현실은 정반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시장 일부에서는 전세 대출 관리 자체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도 있다. 목돈 없이도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게 되면서 아파트 수요를 자극한 측면이 있고, 집값이 오르는 만큼 전세 대출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논거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무제한적 대출 지원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의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전세 매물 감소에 따른 전셋값 상승 압박은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최근 1년 새 26% 이상 줄었고,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배 가까이 뛰었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임대 공급 위축, 계약갱신 청구 증가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전세 대출의 집값 파급 효과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부담은 이미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