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급감과 매물 부족이 맞물리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40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평균 전셋값은 6억4100만원으로 4년여 전 세웠던 종전 최고치를 다시 넘어섰고, 내년 입주 물량마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임차 시장의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급 부족의 뿌리는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2~2023년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겹치면서 주택 착공이 급격히 줄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은 2021년 20만3000가구에서 2022년 13만6000가구, 2023년 10만8000가구로 2년 새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시의 착공 공백이 지금의 입주 부족으로 현실화하면서 전·월세 매물도 동반 감소한 것이다.
실거주 요건 강화도 임대 매물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월세 매물은 지난해 10월 4만4190건에서 이달 초 3만7443건으로 15.3% 감소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올해 7월 127.5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월(131.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셋값 상승의 직격탄은 주로 외곽 서민·중산층 밀집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평균 전셋값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중 13개 자치구는 2021~2022년에 기록한 전고점마저 갈아치웠다. 상승률 1위는 성북구로, 지난해 9월 4억6441만원이었던 평균 전셋값이 올해 9월 5억3994만원으로 16.3%(7553만원) 뛰었다. 강북구(13.7%)와 노원구(13.6%)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84㎡는 올해 8월 보증금 11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2월 첫 10억원대 계약이 이뤄진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부담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올해 9월 서울 아파트 월세는 준월세와 준전세를 포함한 월세통합가격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7.68% 올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년 전(2024년 8월)과 비교하면 보증부 월세 평균 월세액은 132만원에서 164만원대로 30만원 넘게 불어났다.
경기권 역시 고공행진을 피하지 못했다. 광명시 철산동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전용 84㎡는 올해 8월부터 보증금 10억원에 잇따라 계약됐고, 하남 망월동 '미사역호반써밋' 전용 99㎡는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11억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이러한 임대 시장 불안은 청년층에 특히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의 은행권 전·월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59조600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74조7000억원으로 25.3%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 의원은 "임대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청년층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 부담에 짓눌려 근로 의욕이 떨어지고 자산 형성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망은 밝지 않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3만7103가구에서 올해 2만5452가구로 31.4% 줄었고, 내년에는 2만3444가구로 8% 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가 인허가 절차 통합과 수도권 공공택지 지정 등 공급 확대 방침을 예고하고 있지만, 아파트 특성상 착공부터 준공까지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남혁우 연구원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임대료의 가파른 상승세가 매매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