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임대 매물은 씨가 마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근간으로 한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수도권 임대차 시장은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9.96%로, 대책 이전 1년 상승률(2.41%)의 4배를 웃돌았다. 경기도 역시 전세 상승폭이 1.28%에서 6.89%로 크게 확대됐다.
전세 매물 감소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331건으로 1년 전보다 12.4% 줄었고, 월세 매물도 9.3% 감소했다. 경기도의 감소 폭은 더욱 가파르다. 전세 매물이 1만 2425건에 불과해 1년 전보다 36%나 줄었고, 월세 매물은 1만 4302건에서 7745건으로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토허 구역에서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서 세를 놓는 이른바 갭투자가 원천 차단되면서,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게 되면 그만큼 임대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구조다.
버티는 세입자도 크게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중 갱신 계약 비중은 58.9%로, 1년 전(43.7%)보다 15.2%포인트 높아졌다. 기존 집에 머무는 계약이 늘면서 신혼부부나 직장 이동 가구가 새로 구할 전셋집은 그만큼 줄어든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도 4년이 지나면 이사를 해야 하는 만큼,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는 가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매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셋째 주부터 이달 첫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42% 올라, 대책 전 1년 상승률(6.61%)의 1.6배에 달했다. 서울 내에서는 중하위권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성북구(16.52%), 서대문구(14.40%), 강서구(14.39%), 구로구(13.69%) 등이 상위권을 휩쓸었고, 강남구(1.40%)·서초구(3.35%)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대출 한도를 피해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린 결과다.
풍선효과는 경기도로도 번졌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3%에서 6.57%로 급등했다. 10·15 대책이 서울 전역과 과천·광명·성남 분당 등 경기 12곳을 규제지역으로 묶자, 수요는 화성 동탄·용인 기흥·구리 등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했다. 정부가 올해 6월 이들 세 곳을 추가 지정하자 이번엔 인접 지역이 달아올랐다. 추가 지정 직전인 6월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수원 권선구가 5.58%, 화성 병점구 4.69%, 군포시 4.63%, 안양 만안구 3.36% 오르며 경기 평균(2.58%)을 크게 웃돌았다. 규제지역인 동탄구(5.61%)와 비슷한 수준이다.
임대 물량 감소를 더 키울 변수도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세제 개편안에 따라 조정대상 지역 매입임대 아파트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이 2027년 말 양도분까지만 적용된다. 정부는 이 조치로 서울에서만 6만 8000가구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가구들이 실거주자에게 팔리면 전월세 물량은 오히려 더 줄게 된다.
규제 제도 자체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2월 임차인이 있는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한시 유예했고, 5월에는 대상을 확대했으며, 9월에는 유예 신청 기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갱신계약도 1회 인정하기로 했다. 잇따른 예외와 유예 조치로 매수·매도자는 물론 행정 당국마저 제도 적용에 혼선을 빚고 있다. 추가 완화를 기다리며 거래를 미루는 부작용도 생겨났다는 분석이다.
공급 부족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해 수도권 착공 목표는 26만 8000가구였지만, 1~8월 실적은 8만 673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에 그쳤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올해 착공 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목표 대비 80~88%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 공급 계획만으로는 당장의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10·15 대책 강도가 워낙 세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며 수도권 전세가격이 연간 5% 이상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예측은 현실이 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요 억제에 치우친 규제만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우며, 지역별 여건을 세밀하게 반영한 정교한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탄구의 경우 역세권과 외곽 지역의 같은 면적 아파트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 남에도 구 전체가 일률적으로 토허 구역으로 묶인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 말 종료 예정인 토지거래허가제의 연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토허제에 대한 어느 정도 수요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반면 임대차 시장에서는 토허제가 전월세 가격 상승과 매물 감소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어, 연장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