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와 국제유가 급등이 건설 원가를 끌어올리면서 아파트 공사비가 5년 새 28% 넘게 치솟았다. 건설공사비 지수는 12개월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추가 5% 상승이 전망되면서 주택 공급 전반에 걸쳐 압박이 커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7년 NABO 경제전망: 2026~203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 건물신축단가표 기준 아파트 건설비는 2020년 1㎡당 150만4000원에서 2025년 192만7000원으로 28.1% 올랐다. 시공사 요구액이 이 단가보다 약 20% 높다는 점을 반영해 실제 공사비로 환산하면, 2020년 3.3㎡당 595만5000원이던 것이 2025년에는 763만2000원으로 5년 새 167만7000원 증가했다. 아파트뿐 아니라 다가구주택(29.4%), 연립주택(27.3%), 오피스텔(21.8%) 등 주거용 건물 전반에 걸쳐 건설비 상승세가 이어졌다.
상승 흐름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8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8.74(잠정치)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8월 130.91을 기록한 이후 올해 8월까지 12개월 연속 오름세가 이어졌으며, 이 기간 누적 상승률은 약 6%에 달한다. 다만 8월 월간 상승폭이 0.02%에 그치는 등 최근 4개월간 속도는 다소 둔화하는 모습이다.
공사비 급등의 배경에는 연속적인 지정학적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2020년 하반기 철근 가격 급등을 시작으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수급 혼란과 시멘트 공급 대란이 뒤따랐다.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정세를 다시 뒤흔든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등하면서 공사비 부담을 한층 키웠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우레탄발포제품(66.5%), 아스팔트(50.8%), 아스콘(38.1%) 등 석유화학 계열 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으며, 이는 유가 및 원재료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치면서 추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2달러,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선물은 배럴당 88.2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15일에는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108.7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통상 국제유가는 2개월 안팎의 시차를 두고 건설공사비에 반영되는 만큼, 최근의 고유가 국면은 4분기 공사비 지수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외에 건설현장 내부의 구조적 문제도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현장 인력의 고령화와 숙련 노동자 부족으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면서, 동일한 작업을 마치는 데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와 초고층 설계 수요 확대 역시 공사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정책도 글로벌 수급 질서를 재편하면서 국내 수입 원자재 조달 비용을 추가로 높이고 있다.
건정연의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올해 연간 6.5%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5.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자재 수급 안정과 함께 자재비 상승분이 공사비에 적시 반영될 수 있는 계약 체계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원가 변동을 전제로 한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과 자재 공급망의 회복 탄력성 강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정연 관계자는 "착공 전 공사비 검증을 확대하고 주요 자재의 선구매·장기공급 계약을 통해 가격 변동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비 부담은 주택 공급 전반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7년 건설투자가 공공 주도 주택 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사업 진행,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산업시설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올해보다 1.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건설 수주가 늘어도 공사비 부담으로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어 건설투자 확대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