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이 탄생했다.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2016년작 '낫싱 어바웃 잇(Nothing about it)'이 31일 서울옥션 기획 경매에서 150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경매 사상 처음으로 100억원 벽을 돌파했다.
서울옥션은 이날 서울 강남구 강남센터에서 열린 기획 경매 '컨템퍼러리 아트 세일'에서 나라 요시토모의 해당 작품이 최종 15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추정가는 147억~220억원으로 책정됐으며, 시작가 147억원에서 출발해 호가 경쟁 끝에 낙찰가가 확정됐다.
이 작품은 넓은 이마에 커다란 눈을 치켜뜨고 입을 앙다문 아이의 상반신을 대형 캔버스 가득 담은 회화로, 가로 162㎝, 세로 194㎝ 규모다. 단순해 보이는 구도 속에 저항과 순수, 현대인이 느끼는 근원적 고독이 함축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 스스로도 이 캐릭터에 대해 "나약해 보이지만 굴복하지 않는 자아를 투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경매 시장에서 낙찰가가 100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11월 서울옥션에서 거래된 마르크 샤갈의 유화 '꽃다발'로, 당시 94억원에 낙찰됐다. 이번 낙찰가는 그 기록을 단숨에 56억원 이상 뛰어넘은 수치다.
이날 경매에서는 100억원대 낙찰 작품이 한 점 더 나왔다. 역시 일본 출신 작가인 구사마 야요이의 2015년작 '호박(MBOK)'이 104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가로 160㎝, 세로 130㎝ 크기의 이 작품은 검은 그물망 배경 위에 노란 호박이 묵직하게 자리한 구성으로, 호박의 문양과 배경의 패턴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정가는 95억~150억원이었으며, 추정가 하한을 넘겨 낙찰되며 하루에 100억원대 낙찰 작품이 두 점 탄생하는 이례적인 기록이 세워졌다.
한 경매에서 100억원 이상 작품이 두 점 동시에 나온 것도 국내 미술 경매 사상 유례없는 일로, 한국 미술 시장이 명실상부 '100억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