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한 가구를 공급할 때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떠안는 부채가 3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억7900만원 수준이던 가구당 부채 발생액은 4년 만에 60% 이상 급증했다. 실제 사업비 상승 속도를 정부 지원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이 같은 재무 악화 구조가 국감장에서 공식 확인됐다. 이성훈 LH 사장은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택 공급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부채가 증가하도록 돼 있다"며 "몇 년 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공사 원가는 더 많이 올라 50% 가까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개발 사업을 해도 수익이 남지 않는 현실을 국감장에서 직접 털어놓은 것이다.
LH의 재무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발표한 '2026~2030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LH 부채는 현재 197조5000억원에서 2030년 372조8000억원으로 175조3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 부채 증가액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LH는 지난해 통합 출범 16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임대손실 확대와 차입금 증가가 맞물리며 재무 부담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사장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해법으로 정부 재정 지원 확대를 직접 요구했다. 그는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고 회복은 더디기 때문에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며 "국토부도 함께 예산당국과 그 부분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도 공기업 경영평가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다 보면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현재 평가 체계는 이런 정책 기여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국토부도 지원 단가 현실화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김영국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현재 LH 임대주택 건설에 지원 단가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재정 당국과 지원 단가를 높이고 이를 통해 기금과 LH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LH가 임대주택 한 채를 매입할 때 정부 지원 단가는 실매입가의 64% 수준에 그쳐, 나머지 비용을 공사채 발행이나 기금 차입으로 메워온 것이 부채 누적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이 사장은 인력 부족 문제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사업 물량이 늘고 종류도 굉장히 복잡해져 적극적인 인력 충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기업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진 직원 처우 개선이 주택 공급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실장은 "2024년부터 LH 정규 인력을 400여 명 증원하고 최근 핵심 사업 중심으로 인력을 전환했으나 공급량 확대에 따라 인력이 더 필요한 것은 맞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채용을 병행하는 방안을 관계 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H 조직 분리 논의도 이 같은 재무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 사장은 "부채 증가에 따른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LH) 분리 논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LH를 주택 개발 기능과 공공임대·주거복지 기능으로 나누는 조직 개편을 검토해 왔으며, 부채 부담이 커질수록 개편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