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이제는 '부모 찬스' 없이 어렵다"…국토연구원 첫 실증 분석

신혼부부가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저축 능력보다 금융 대출 활용과 부모·친지의 지원 여부가 자가 보유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혼가구의 주택 취득이 독립적인 자산 형성 결과라기보다 '세대 간 자산 이전'과 금융 레버리지가 결합된 구조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 이제는 '부모 찬스' 없이 어렵다"…국토연구원 첫 실증 분석
ⓒ 국토연구원 [연합뉴스]

국토연구원은 최근 '신혼가구의 주거 자금 조달 구조와 자가 보유의 연관성'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주거실태조사 데이터에서 혼인 연도가 2018~2024년에 해당하는 7년 이내 가구 중 혼인 당시 가구주 연령이 50세 미만인 3359가구를 분석한 결과다. 혼인 당시 평균 연령은 33.8세, 혼인 후 경과 기간은 평균 4.2년이었다.

분석 대상 신혼가구의 주거 점유 현황을 보면, 자가 거주 비율은 36.9%에 그쳤고 전세·월세 등 임차 형태 거주자가 63.1%로 다수를 차지했다. 거주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0.7%로 가장 많고, 서울 13.3%, 충청 11.3%, 인천 9.0% 순이었다. 수도권 전체 거주 비율은 43.0%에 달했다.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73.3%로 압도적이었고, 단독주택 10.9%, 다세대주택 9.1%, 오피스텔 3.6% 순으로 나타났다.

주거 마련에 투입된 평균 자금은 2억2199만원이었다. 이 중 자기자금이 평균 1억3234만원(66.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금융기관 융자가 평균 6500만원(24.2%), 부모·친지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금액이 평균 2352만원(8.6%)이었다.

주목할 점은 주거 점유 형태별 자금 구성 비율의 차이다. 자가 거주자는 금융기관 융자 비율이 34.5%, 부모·친지 무상 제공 비율이 11.9%로 임차 가구보다 높은 반면, 자기자금 비율은 53.2%로 오히려 낮았다. 월세 거주자의 경우 자기자금 비중이 92.1%로 절대적이었다. 즉, 자기 돈만으로 주거비를 충당하는 계층일수록 임차에 머무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보고서는 자기자금 비중이 높을수록 자가 보유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출과 부모·친지 지원 비중이 클수록 자가 보유 가능성은 높아졌다. 자기자금 투입액이 많을수록 자가 거주 가능성이 19.1% 높아지는 데 비해, 부모·친지 지원액이 많을수록 자가 거주 가능성은 10.3%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이전에 수행한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된 바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첫 주택 마련 시 부모의 지원을 경험한 신혼부부는 10쌍 중 7쌍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원 방식에는 계층적·젠더적 편향이 나타났다.

혼인 기간도 중요한 변수였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혼인 후 1년이 더 경과할수록 자가 거주 가능성이 16.6% 높아졌으며, 가구주 연령이 1세 높을수록 자가 보유 가능성은 약 4% 상승했다. 또한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자가 거주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자녀 출산 등으로 가구 규모가 커질수록 안정적인 주거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 유형별로는 단독주택 거주자에 비해 아파트 거주 신혼가구가 자가일 가능성이 2.1배, 연립주택은 1.6배 높았다. 아파트 선호 현상과 함께,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개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연립주택에 대한 구매 의향이 반영된 결과다.

지역별 격차도 두드러졌다. 서울 거주 신혼가구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대구·울산·전라·제주·경상 지역 신혼가구는 자가 거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인천과 경기는 낮게 나타났다. 수도권 일자리에 통근하면서도 집값이 높아 자가 마련에 이르지 못한 신혼가구가 인천·경기 지역에 임차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은 "신혼가구의 자가 보유는 자기자금 축적 수준에 의해서만 결정되기보다 다양한 자금 원천의 결합과 외부 자원 동원 가능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주택시장 진입 과정에서 제도권 금융 접근성과 가족 배경에 따른 자원 격차가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도권 신혼가구의 낮은 자가 보유율은 지역 간 주택가격 격차와 자산 형성 기회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주거 문제가 단순한 개별 가구의 경제적 선택을 넘어 주택시장 구조, 공간적 불균형, 세대 간 자산 이전과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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