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66만원에 전세도 품귀…청년 '내 집 마련' 사다리가 사라진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66만원을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1년 전(144만3000원)보다 21만8000원, 15.1% 뛰었다. 불과 2년 전인 2024년의 132만원과 비교하면 34만원 넘게 올랐다. 월급 인상 속도를 훌쩍 앞지른 주거비 상승이 청년 세대의 목돈 마련을 구조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서울 성균관대 인근 부동산에 게시된 월세 매물 정보
ⓒ 뉴시스

전세 시장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45건으로 1년 전 대비 15.4% 줄었다. 월세 매물 역시 1만7971건으로 1년 새 10.8% 감소했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몰리면서 서울 임대차 시장은 매매·전세·월세 세 부문이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올해 1~8월 서울 주택종합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5.91%로, 2011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월세 누적 상승률도 5.65%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 전체 기준 69.7%에 달해, 아파트조차 절반 이상이 월세 계약으로 체결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전세의 월세화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실거주 중심 세제개편과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세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임대 매물 공급이 급격히 줄었다.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폐지까지 겹치면서 집주인들은 현금 흐름 확보 차원에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세입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좁아진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세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한 수요층을 중심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경우, 중·저소득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현상이 청년 세대에게 더 치명적인 이유는 서울 집값 상승이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89주 연속 올랐으며 그간 상승폭은 약 18.1%로 역대 최장 기간 상승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올해 들어 19일까지 자치구별 상승률을 보면 강남구가 1.26% 내리는 동안, 성북구는 16.1%, 서대문구는 13.7%, 구로구는 12.7% 오르는 등 외곽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집값 덕분에 청년층이 매수에 도전하거나 전세로 거주하며 자금을 모으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저렴한 지역마저 급등하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진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자산 형성의 전형적인 공식은 이러했다. 서울 외곽의 저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 목돈을 모으고, 대출을 보태 조금씩 더 비싼 집으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이 공식은 무력해졌다. 매달 150만~160만원의 월세를 내다 보면 저축 여력이 생기지 않고, 목돈이 없으면 다음 단계로 올라설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주거 사다리의 첫 번째 칸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 1~9월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8만774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17만2027건)의 51%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전세를 추월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도 월 300만원이 넘는 고액 월세 거래가 1년 새 1건에서 12건으로 폭증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정부도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수도권 공적주택 10만가구 입주를 추진하고,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전월세안정화기구가 관리하는 '전·월세 안심신탁'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공급량 확대와 이자·월세 지원, 청년층 주거 안심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이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불안을 해소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업형 민간임대(K-BTR) 같은 중장기 공급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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