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잡으려다 외곽 불 질렀나'…10·15 대책 1년, 서울 아파트값 11% 급등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8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이 15일로 시행 1주년을 맞았다. 규제의 무게중심이 강남권 고가주택에 쏠린 사이, 정작 서민 실수요층이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의 매매·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주거 안정'이라는 당초 정책 목표와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 잡으려다 외곽 불 질렀나'…10·15 대책 1년, 서울 아파트값 11% 급등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한국부동산원이 15일 발표한 10월 둘째 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0·15 대책 시행 직후인 지난해 10월 둘째 주부터 이날까지 52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11.15%로 집계됐다. 직전 52주간 상승률인 6.61%와 비교하면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6% 오르며 2주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됐다.

주목할 점은 상승을 주도한 지역이 대책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규제 강화 이전 52주 동안 각각 12.56%, 12.48%씩 뛰었던 강남구와 서초구는 최근 1년간 상승률이 1.29%, 3.30%로 대폭 낮아졌다. 반면 성북구는 같은 기간 2.57%에서 17.26%로 상승 폭이 7배 가까이 확대되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대문구(3.67%→15.16%)와 강서구(3.23%→15.10%)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로 뛰어올랐다.

전세시장의 변화는 더욱 두드러졌다. 대책 시행 후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누적 10.30% 상승했다. 직전 1년 누적 상승률이 2.41%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승 속도가 4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매매가격 상승세가 꺾인 강남·서초구마저 전세시장에서는 오름폭이 커지는 등, 사실상 서울 전역의 전세가격이 일제히 뛰었다.

지역별로는 성북구 전세가격이 1.19%에서 16.21%로 폭등해 매매와 마찬가지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노원구(2.52%→15.14%), 성동구(1.61%→12.71%), 강북구(0.79%→12.20%), 동대문구(0.30%→10.83%) 등 외곽 지역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을 웃돈 11개 자치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른바 외곽 지역에 집중됐으며, 이 같은 흐름은 인접 경기 지역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구조적 원인으로 공급 감소와 실거주 의무 강화를 지목한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2년 실거주 의무가 전세 매물 감소로 이어지면서 임대차 시장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를 억눌렀지만 공급 기반이 흔들리면서 오히려 주거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단기 처방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저가주택 밀집 지역을 행정동 단위 등 부분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에서 해제하는 방안이 거론되며, 전세 대출 규제 일부 완화를 통해 전세의 월세화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의 함영진 랩장은 "집값 상승률을 물가 변동률 수준으로 제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정량 수치로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30대들이 외곽에서 집을 사는 것도 결국 임대차 시장 불안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단기적으로 임대차 시장 불안을 얼마나 잡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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