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부동산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권 초고가 주택 시장에서는 '팔자'와 '기다리자' 사이의 탐색전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시세보다 수억원 낮춘 절세 매물이 등장했지만,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 실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 가운데 압구정 재건축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세제 개편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 이사가 최근 조합원들에게 증여 등 절세 방안을 검토하더라도 세 부담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글에는 '정치는 짧고 경제는 길다'는 표현이 담겼는데, 현재의 부동산 세제가 장기간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아래 지금은 지켜보자는 취지였다. 이 내용은 서울 주요 부동산 단체대화방과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며 압구정을 넘어 다른 고가 주택 지역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버티기 심리의 배경에는 세 부담 강화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있다. 이번 개편안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과표 구간별 세율 조정,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신설 등의 조치를 2027년·2028년에 걸쳐 순차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거주하지 않는 주택과 다주택은 기본공제 금액을 축소하는 등 과도한 혜택을 정상화한다"고 개편 취지를 밝혔다. 당장 2026년부터 세금이 크게 오르는 구조가 아닌 만큼 '기다릴 시간이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번 세제 개편의 충격이 가장 큰 곳은 시가 3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보유자들이다. 시가 50억원 주택 보유자는 내년 종부세 부담이 올해보다 29.2% 늘어나고, 2년 뒤에는 39.4%까지 치솟는다. 양도소득세 부담은 더 가파르다. 10억원대 차익이 발생한 초고가 아파트의 양도세는 현행 약 2억4000만원에서 2029년에는 9억4000만원으로 급증해 차익의 절반 이상이 세금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시가 60억원대 반포자이의 종부세도 현행 615만원에서 2028년 이후 1743만원 수준으로 3배가량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영향권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그치지 않는다. 마포·용산·성동구를 비롯해 동작·강동·종로구의 고가 아파트도 세 부담 확대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요 전망이다.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올라 고가 주택 과세를 강남만의 문제로 보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건설사들도 세제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 지역을 다수 지역구로 품은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편 시장에선 고령층 장기 보유자를 중심으로 매도를 고민하는 층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거주 기간 중심으로 개편되고 공제 한도까지 신설된 영향이다. 업계에선 강남에 거주하는 전문직 종사자처럼 자산 여력이 충분한 보유자는 기다릴 수 있겠지만, 이번 개편으로 장기거주 공제 혜택에 상한선이 생겨 실거주 은퇴자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