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이주해야 하는 가구 수가 약 18만 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 물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데다 신규 입주 물량마저 줄어드는 상황이 겹치면서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207개 정비사업장에서 총 17만9310가구가 이주를 앞두고 있다. 연도별로는 2026년 2만4844가구, 2027년 1만3446가구에 이어 2028년부터 급증해 4만5256가구, 2029년 3만9102가구, 2030년에는 5만6662가구까지 불어난다. 5년 치 이주 물량의 약 80%에 해당하는 14만 가구 이상이 2028~2030년 3년 사이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주 물량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곳은 목동 재건축 14개 단지가 포진한 양천구로, 3만1000여 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단일 정비구역 기준으로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4424가구로 최대 규모다. 은마아파트는 내년 상반기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를 합한 약 2만6000여 가구도 2028년 이후 본격적인 이주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이주 부담이 가시화하고 있다. 동작구 노량진3구역은 다음달 13일부터 내년 3월까지 약 1250가구의 이주를 진행하며, 노량진1구역(3103가구)도 지난달 말부터 이주를 진행 중이다. 2003년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노량진 일대는 약 1만 가구 규모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역시 오는 11월부터 이주를 앞두고 있으며, 재개발 완료 후에는 2320가구의 대단지가 들어선다. 올 하반기에만 이주가 예정된 물량은 약 6700가구에 달한다.
문제는 이주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과 신규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시기가 정확히 맞물린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114가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026년 하반기 1만8994가구에서 2027년 2만2428가구로 소폭 회복됐다가 2028년 상반기에는 8246가구 수준까지 줄어든다. 이 같은 '공급 절벽' 국면에서 대규모 이주 수요가 쏟아질 경우 전·월세 시장의 충격은 배가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73건으로, 지난해 말(2만3263건)과 비교해 11.6% 줄었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토지거래허가제 등의 영향으로 전세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 전셋값 상승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은마아파트와 목동신시가지는 대표적인 학군 밀집 지역이어서, 이주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교육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인근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는 전세난을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대치동·목동 등 핵심 학군지의 전셋값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주 물량이 집중될 경우 해당 자치구뿐 아니라 인접 지역까지 가격 상승 압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전체 이주 예정 물량의 약 80%가 2028년부터 2030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며 "정비사업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대규모 이주가 서울과 수도권의 전월세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정비사업장의 공급·멸실과 이주 수요를 월별로 점검하고, 전·월세 시장이 불안할 경우 1000가구 이상 사업장의 이주 시기를 조율하는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공급 측면의 대책으로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건축면적과 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건설자금 대출 한도를 가구당 7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중소 건설사에 대한 보증 지원을 확대해 2030년까지 수도권 일반주택 13만 가구 착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비사업 준공 물량이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2만3000가구였던 것에 비해 2026~2028년 예정 준공 물량은 연평균 약 1만 가구에 그친다는 점에서, 단기 공급 공백을 메울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