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권 아파트 시장에서 전·월세 매물 급감과 가격 급등에 지친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 매수로 돌아서고 있다. KB부동산 집계 기준 강북 14개구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사상 처음 10억 원을 넘어섰으며, 주담대 한도 기준선인 15억 원 이하 단지에 실수요가 집중되면서 외곽까지 상승세가 번지는 모양새다.
전세 매물 부족이 매수 전환을 부추기는 핵심 배경이다. 부동산 정보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29건으로 1년 전보다 11.7% 줄었고, 월세 매물도 같은 기간 11.4%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서울 동북권(노원·도봉·강북·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구) 아파트 전세가격 올해 누적 상승률은 10.11%로, 이 수치가 10%를 넘어선 것은 11년 만이다.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도 연간 두 자릿수 상승이 현실화하면서 '차라리 사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14개구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0억167만 원으로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억 원을 돌파했다. 7월 9억8750만 원 대비 한 달 새 1417만 원(1.4%) 올랐으며, 1년 전인 지난해 8월 8억5000만 원과 비교하면 1억5167만 원(17.8%)이나 치솟았다. 올해 1월 8억8167만 원에서 출발해 8개월 만에 1억2000만 원가량 오른 셈이다. 중랑구가 월간 2.25% 상승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를 기록했고, 성북구(2.08%), 노원구(1.95%) 등 강북 외곽 구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구조도 강북권 쏠림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 주담대는 집값 15억 원까지 최대 6억 원을 빌릴 수 있지만, 15억 원을 초과하면 한도가 4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자금 여력이 제한적인 2030 실수요층은 대출 효율이 높은 15억 원 이하 단지로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가격이 오른 단지들은 대부분 이 한도선 아래에 밀집해 있으며,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포레나노원 전용 59㎡는 최근 10억8000만 원에 손바뀜해 1년 전보다 2억1300만 원 높아졌고,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는 종전 최고가보다 1억6500만 원 오른 14억4500만 원에 거래됐다.
공급 측 변수와 향후 전망을 두고는 엇갈리는 시각이 공존한다. 공급 부족과 금융 여건 개선이 맞물리면서 실수요자가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내년부터 임대사업자·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가격 오름세를 제약하는 변수로 꼽힌다.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8월 117.8로 전월보다 6.2포인트 내려 두 달 연속 하락했는데, 기준선(100)을 여전히 웃돌아 상승 전망이 우세하긴 하지만 기대 심리는 다소 누그러지는 추세다.
한편, 지난 8월 서울 토지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7.5로 전월 대비 8.0포인트 뛰며 2022년 4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연구원 '8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다. 같은 기간 전국 토지시장 소비심리지수가 1.3포인트 내리고 비수도권도 2.3포인트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발 기대심리가 수도권 토지시장에 선반영되는 양상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