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 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입한 무주택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기한이 내년 말까지 1년 연장된다. 임차인의 갱신계약 기간까지 유예 대상으로 인정되면서 최장 2029년 12월 31일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발표한 실거주 유예 조치 신청 기한을 당초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12월 31일로 연장하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했다. 유예 인정 범위도 기존 임대차 계약 잔여 기간에서 갱신계약 기간(1회, 최대 2년)까지로 확대된다. 시행일인 10월 1일 기준으로 신청 기간 15개월에 갱신계약 24개월을 더하면 최장 3년 3개월간 입주를 늦출 수 있다.
매수자 요건은 기존과 동일하다. 지난 5월 12일 이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사람에 한하며, 토지거래허가 후 4개월 이내에 주택 취득 등기를 완료하고 입주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은 "실거주 원칙을 유지하면서 임대 중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보완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투기적 수요는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올해 8·3 세제개편안에 담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와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 세제 혜택의 단계적 폐지 등 주택 매도 유도 방안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당초 토허구역에서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은 세입자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매도 자체가 어려운 구조인데, 정부가 세제 개편을 통해 매도를 유도하자 현실적 걸림돌을 제거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여당이 추가 유예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 방식으로 이번 방안이 성안됐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과 수도권 12개 지역으로 토허구역을 확대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 제도 보완이다. 앞서 올 2월에는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최초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를 한시 유예하는 방안을 처음 내놨고, 5월에는 적용 범위를 비거주 1주택 등 전 주택으로 넓히면서 연말까지 신청 시 임대차 종료일까지 유예받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그 세 번째 확장이다.
시장에서는 세입자가 끼어 있는 매물의 거래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임차인의 계약 기간을 존중하면서 무주택자가 내년에도 규제지역 내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돼 거래 가능한 매물의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며, 내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요율 인하와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매물 증가와 거래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제도 일관성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본래 실거주를 강화하겠다며 도입한 토허제가 세제 개편과 충돌하자 또다시 예외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봉합이 반복되면서, 제도의 원칙보다 단기 시장 대응이 우선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투기 우려가 낮은 지역은 토허구역에서 적극 해제하는 방향으로 보다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월세 시장에 대한 영향도 논란이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맷값과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세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토허제의 집값 안정 효과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반면 입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올해 여건을 고려하면 토허제가 없었다면 가격 상승 폭이 더 컸을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다만 실거주 강화 기조가 임대 매물 감소와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평가는 시장에서 더 넓게 공유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세제 개편 자체가 거주 목적 위주의 주택 거래 환경을 자연스럽게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강화되면 전세를 낀 채 주택을 보유하려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어, 직접 규제인 토허제 없이도 실수요 중심의 거래 질서가 서서히 정착될 수 있다는 논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지역 집값이 안정되면 토허구역도 자연스럽게 재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말 국회를 통과할 세제 개편 방안과 주택시장 거래 상황, 집값 추이를 보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