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837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4년 만에 200만명 이상 줄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입자는 2605만여 명으로, 한 달 사이에만 3만5000명이 넘게 이탈했다. 분양가 급등과 대출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당첨 기회도, 당첨 이후 자금 마련도 모두 막혀버린 현실이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수요자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벽은 낮은 당첨 확률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률은 30대 이하 1.6%, 40대 2.3%, 50대 2.5%에 그쳤다. 전국 평균이 같은 연령대에서 10.9%, 12.3%, 15.5%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과 지방 사이의 청약 체감 격차는 수치 이상으로 크다. 서울 평균 청약 가점(만점 84점)도 2023년 56.17점에서 지난해 65.81점으로 불과 2년 만에 10점 가까이 뛰었다. 사실상 장기 무주택에 부양가족이 여럿인 고가점자가 아니면 당첨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청약은 '만점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4월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 청약에서는 59㎡ 가점제 물량에서 만점(84점) 당첨자가 나왔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 부양가족 6명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최저 당첨 가점은 69점으로,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점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아무리 성실하게 통장을 유지해도 대가족이 아니면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시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점 문턱을 넘더라도 자금 조달이 또 다른 장벽이다. 7월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6209만원으로 1년 전보다 36.6% 급등했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15억원을 훌쩍 넘는 단지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출 한도가 6억원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18억원 아파트에 당첨되면 나머지 14억원가량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시장에서 "현금 15억원 없으면 당첨돼도 의미 없다"는 말이 돌고 있는 것은 이런 구조 때문이다.
청약통장을 해지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해지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가입 기간과 납입 실적이 소멸해 특별공급과 공공분양 청약 자격을 잃는다. 향후 정책 변화로 청약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반면 청년층 사이에서는 3%대 금리에 머무는 청약통장 대신 주식이나 채권 등 기대 수익률이 높은 자산으로 자금을 돌리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청약통장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고 소득공제 한도를 연 300만원으로 늘리는 등 혜택을 강화했지만, 가입자 감소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청약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이는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분양가와 현실적인 자금 조달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가입자 이탈을 막을 핵심 과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