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와 세제 부담 강화 전망이 맞물리면서 서울 강남권 중심이던 아파트값 상승세의 무게추가 수도권 외곽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월 세제 개편안에 초고가 주택 보유세 강화 방침을 담으면서 강남 접근성이 양호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2025년 9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최근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 시세를 분석한 결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29.5% 상승하며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직전 1년 상승률(10.6%)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세 배 가까이 뛴 수치다.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기대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야탑동·서현동·구미동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다만 이번 분석은 직방 플랫폼에 등록된 단지별 시세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 실거래 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상승률 2위는 경기 광명시로 28.4%를 기록했다. 광명 역시 직전 1년 상승률이 3.8%에 불과했으나 최근 1년 사이 급격히 상승폭이 커졌다. 철산동 재건축 추진 대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진 영향이다. 이어 서울 동작구(25.3%), 경기 용인시 수지구(24.8%), 서울 광진구(23.8%), 경기 하남시(22.8%), 서울 성동구(22.6%), 서울 성북구(22.4%), 경기 화성시 동탄구(21.4%), 서울 송파구(17.7%) 순으로 상위 10개 지역이 채워졌다. 서울 5곳, 경기 5곳으로 수도권이 상위권을 독점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상위권의 세대 교체다. 직전 1년 동안 강세를 보였던 강남구(22.6%→6.8%)와 서초구(19.3%→8.0%)는 상승폭이 크게 줄어든 반면, 성동구(15.6%→22.6%)·동작구(12.7%→25.3%)는 오름세가 확대됐다. 성북구(4.6%→22.4%)와 광진구(12.0%→23.8%)는 이번에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했다. 경기권에서도 하남·용인 수지·화성 동탄은 직전 1년 0.8∼6.4%에 그쳤다가 이번에 2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지각변동은 규제의 역설로 풀이된다. 같은 규제지역 내에서도 가격대에 따라 대출 규제의 실질적인 영향이 달리 나타나면서, 분당·광명·동작·용인 수지 등은 규제지역임에도 상승세가 오히려 강화된 것이다. 직방 관계자는 "상승률 상위권에 오른 지역도 규제지역에 포함돼 있음에도 상승세가 확대됐다"며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가격대 차이에 따라 대출 규제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량 측면에서도 이 같은 수요 이동이 확인된다. 광명(24.4%)·용인 수지(13.6%)·하남(18.1%)·서울 성북구(33.0%)·화성 동탄(115.0%) 등은 실거래 건수가 늘어난 반면, 직전 1년 상승률이 높았던 과천(-55.9%)·서울 강남구(-28.6%)·서울 서초구(-26.9%) 등은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수도권 주요 지역의 3.3㎡당 매매가는 하남 3,710만원, 광명 3,556만원, 용인 수지 2,898만원, 화성 동탄 2,704만원으로 전용 112㎡ 기준 약 9억∼12억원대 수준이다.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직방 측은 "전월세 가격 상승과 실수요 유입이 매매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 증가와 세제 변화는 매수 심리를 억누를 수 있다"며 상승과 하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지역과 가격대에 따라 시장 흐름이 엇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