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9월 대규모 주택 공급 로드맵을 내놓은 지 꼭 1년이 됐지만, 서울 아파트 공급 실적은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착공·인허가 부진이 누적되면서 수년 뒤 입주 가뭄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9·7 공급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매년 27만 가구씩 총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착공 목표는 수도권 26만9000가구, 서울 6만8000가구다. 그러나 올 상반기 실제 착공 물량은 수도권 6만5204가구, 서울 1만3121가구에 그쳤다. 각각 정부 목표치의 24.2%, 19.3% 수준이다. 선행지표인 인허가도 1~7월 누계가 14만2328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9% 줄어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착공·인허가 부진은 수년 뒤 입주 물량 감소로 직결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제외)은 올해(1만9368가구)보다 14.9% 줄어든 1만6488가구로 집계됐다. 2028년에는 이보다 다시 19.5% 감소한 1만3279가구까지 줄어, 올해 대비 31.4% 급감할 것으로 추산됐다. 아파트 공급은 인허가와 착공, 공사 과정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구조여서, 단기간에 공급 규모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급 감소의 직격탄은 가격 지표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월 셋째 주부터 올해 8월 다섯째 주까지 85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누적 상승률은 16.93%로, 종전 역대 최장 연속 상승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7.69%)의 두 배를 웃돈다. 실거주 의무 강화,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 처방을 잇달아 내놓았음에도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 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연초 대비 7.59%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3.58%)의 두 배에 달했다. 재계약 세입자들의 부담도 커졌다. 지난 7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계약한 세입자의 90% 가까이가 2년 전보다 보증금을 올려준 것으로 나타났으며, 평균 인상액은 4683만 원에 달했다.
업계는 입주 가뭄이 내년부터 본격화되면서 집값 상승 사이클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올 하반기가 집값이 전국적으로 상승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입주·공급 가뭄 탓에 집값 고점은 3년 후에나 형성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집값 급등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