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5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보다 93조 원 늘어난 821조 원 규모의 역대 최대 예산안을 편성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부동산 가격 안정 의지를 내세우면서도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 부동산 시장은 포기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국세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에 기대어 씀씀이부터 대폭 늘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예산안을 '초팽창 예산'으로 규정하면서, 세수가 늘어난 만큼 국가채무를 줄여 미래세대의 부담을 낮추는 대신 빚을 더 늘리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06조 원 늘어난 1519조 8000억 원으로, 처음으로 1500조 원을 넘어선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소득세 급증으로 국세수입이 49.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이를 채무 상환이 아닌 지출 확대의 근거로 삼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또한 이번 예산안을 두고 "역대급 재정 폭주"라며 강도 높은 심의를 예고한 바 있다.
오 시장은 확장 재정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부동산 시장 불안을 들었다. 그는 "시중의 유동성 비율(M1/M2)과 주택 가격의 움직임은 뚜렷하게 동행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세금 강화와 대출 규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 하면서도 동시에 막대한 유동성을 시중에 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면서, 정부가 의도한 곳에만 돈이 머물 수 없으며 결국 물가와 자산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의 확장 재정 위험성에 대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경고해 왔다. 그는 이번 발언에서도 "부동산 불씨에 유동성이라는 기름을 또다시 붓는 격"이라며, 서울은 단기간에 충분한 주택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까지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더했다.
오 시장은 국회가 예산안 심의에서 더욱 엄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심성·소비성 예산 항목을 과감히 걷어내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국가채무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최악의 부동산 시장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