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월과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연 3% 시대를 열었다. 3년 7개월 만의 연속 인상이다.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고, 서울 아파트값은 8월 넷째 주에도 전주 대비 0.29% 오르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경매 증가, 집값 폭락 가능성까지 직접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대응 방침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조기 대량 공급, 투기수요 억제, 고금리에 의한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 등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해 공공주택 보유용으로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체적 구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 경로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모건스탠리가 내년 1분기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3.5%로 전망한 기사를 언급하며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이 부분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금리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으며 관여도 못 하게 돼 있다는 점을 전제로 깔았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경매 물건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하며 낙찰률까지 챙겨볼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고 상승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대규모 매물 출회나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스트레스 DSR 등 대출 규제가 가계 차입을 이미 억제하고 있는 데다, 수도권 공급 부족과 전월세 가격 상승이 매매가격의 하방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1주택자의 경우 실거주 수요가 많아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바로 매물을 내놓기 어렵고, 대체할 전세 물건이 넘쳐나는 상황도 아니다. 다만 대출 비중이 높은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연체와 경매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은 연간 약 1조8000억원 증가한다.
이 대통령은 집값 안정의 직접 수단으로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2022년 이후 수도권에서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한 만큼 구청장에게 500세대 이하 규모 주택사업의 인허가권을 부여하고, 조기 인허가·착공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국토교통부 주택공급 담당 인력을 늘리고 소규모 가용 택지도 최대한 추가 발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매일 추진 상황을 확인하고 청와대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출 정책은 공급·실수요 중심으로 차별화한다는 입장이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금융지원과 청년·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증액은 필요한 핀셋정책이라며, 수요를 부추기는 금융과 공급을 늘리는 금융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처방으로는 수도권 집중 완화를 수도권 집값 상승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가기관의 세종 조기 이전과 행정수도 신속 건설, 대규모 공공기관 지방 이전, 3대 메가 프로젝트·7대 씨드 정책 조기 추진 등을 통해 수도권 주택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타파할 것"이라며 불공정·불합리한 조세제도도 조세정의 차원에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혁을 과시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기존 제도로 이익을 얻은 계층의 불안과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조용하고 신속하게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