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려던 계획을 사실상 접고, 현행 공시가격 12억원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정 협의와 여론 수렴 과정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발표 약 3주 만에 핵심 내용을 손질하는 것이다.
관계 당국의 한 소식통은 26일 "비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 수준에서 줄이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정부안보다 3억원 높은 수준으로, 종부세 개편 이전의 기본공제 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려 실거주자를 우대하는 원칙은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이번 수정 검토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여당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고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늘리는 세제 개편에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주택시장정상화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도 실거주·비거주 구분 없이 기본공제를 12억원 또는 14억원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부담 상한선을 둘러싼 논의도 변화의 기로에 섰다. 정부 원안은 현행 150%인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높이도록 설계됐지만, 여당 내에서는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현행 150%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상한선을 150%로 묶어두면 종부세 인상 효과가 천천히 반영되는 만큼, 주택 시가 변동이 크지 않을 경우 몇 년 뒤에는 200%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는 게 정부 내 분석이다.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예외 인정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취학, 직장 이동·전근,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6가지를 거주 인정 사유로 규정했는데, 여기에 손주 돌봄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사가 잦고 전세 거주가 보편화한 국내 주거 환경을 고려한 조치로, 시행령 개정 사항이어서 국회 의결 없이 처리가 가능하다.
최종 개편 방향은 27일 차관회의와 9월 1일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원안을 수정해 국무회의 심의 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과, 원안을 그대로 국회에 넘긴 뒤 심의 과정에서 보완하는 방안을 모두 열어두고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실거주 1주택자를 우대하되 비거주 주택에 대한 차등 과세 원칙은 유지하면서, 당초 안보다 그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종부세 체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