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유예 믿고 '세 낀 집' 샀더니…내년부터 종부세 역차별 현실로

정부가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무주택자에 한해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수하면 2028년 5월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주겠다고 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무주택자가 다주택자 매물을 받아내도록 유도한 조치였다. 그런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나온 '2026년 세제개편안'이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실거주 유예 믿고 '세 낀 집' 샀더니…내년부터 종부세 역차별 현실로
ⓒ 연합뉴스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체계를 이원화한다는 데 있다. 실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 기본공제가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오르지만, 비거주 1주택자는 반대로 9억원으로 낮아진다. 같은 집을 보유하더라도 실거주 여부에 따라 공제 기준이 최대 5억원 갈리는 구조다. 종부세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을 시작으로 상위 4개 세율 구간도 단계적으로 오른다(1.3∼2.7%→2.0∼5.0%). 보유기간에 따른 종부세 공제는 2028년 폐지되고 거주공제로 대체된다.

문제는 정부가 실거주 유예를 허용하며 매수를 독려한 무주택자들이 이번 개편안의 예외 인정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비거주 예외로 인정하는 사유는 ▷1년 이상 거주하던 집에서 취학·직장 변경·질병·해외 체류 등으로 이전하는 경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거주가 불가능한 경우 ▷특례주택이나 등록임대주택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된다. 정책의 권유로 전세 계약이 끼인 집을 산 무주택자는 이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전세 만기가 2028년인 집을 산 경우라면, 실거주는 2년 넘게 불가능하지만 세금은 내년부터 비거주자 기준으로 부과된다.

실제로 시가 20억원 주택을 10년 보유한 1주택자를 놓고 시뮬레이션해보면 격차가 명확히 드러난다. 현행 제도에서는 종부세 27만6천원, 보유세 370만5천원이지만, 개편안 적용 시 실거주 기준으로는 종부세 10만8천원에 보유세 353만7천원으로 부담이 오히려 줄어든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로 분류되면 종부세 152만원, 보유세 495만원으로 현행보다 크게 늘어난다. 정책의 권유로 세입자 있는 집을 매수한 무주택자가 실거주 1주택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가 세 낀 집을 사라고 해서 샀더니, 오히려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세제 원칙 자체보다 정책 선후관계의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부정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여권도 움직이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세제개편안에 대해 "큰 방향에 공감하는 전제에서 디테일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은 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에는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산층 1주택 비거주자가 전국적으로 상당수인 만큼 이들에 대한 세금 변화가 전·월세 시장의 연쇄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공시가격이 오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비거주자의 세 부담은 자연히 늘어나므로, 실거주자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직접 제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예외 인정 사유를 확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2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집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비거주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면 국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들을 반영해 다음달 3일 이내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손주 돌봄이나 자녀 교육, 부모 부양, 질병 치료 등 불가피한 비거주 사례가 시행령에 추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거주 유예 기간을 현행보다 최소 1년 이상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23일 김민석 대표 취임 후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세제개편안 수정 여부가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세제 개편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여권의 변화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 안에서도 수도권과 지방, 강경파와 온건파 간 입장 차가 뚜렷하다.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같은 서울시 의원들끼리도 세제에 대한 의견이 전부 다르다"면서도 초고가·비거주 1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라는 큰 틀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편안의 골격은 유지하되 예외 범위와 적용 시점을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하느냐가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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