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개월 연속 오르며 3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데다 채권금리 상승과 은행채 수급 불균형까지 겹치면서 내 집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와 기존 차주 모두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발이 묶인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66%로 전월(4.48%)보다 0.18%포인트 뛰었다. 지난 5월 이후 한 달도 쉬지 않고 오름세를 이어간 결과다. 고정형(혼합·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4.88%로 전월 대비 0.12%포인트, 변동형은 연 4.53%로 0.18%포인트 각각 올랐다.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전체 금리도 연 4.76%로, 2024년 11월(4.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금리가 이처럼 쉬지 않고 오르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시장 요인이 맞물려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잦아든 사이 채권금리가 선제적으로 오름세를 타고, 은행채 수급 불균형까지 겹치면서 대출금리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까지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시장금리에도 추가 압박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자 부담 증가는 숫자로 확연히 드러난다. 4억 원을 빌린 차주 기준으로 주담대 금리가 이번 달처럼 0.18%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가 72만 원(월 6만 원) 늘어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전체 주담대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1조8000억 원 증가하고, 차주 1인당으로는 평균 29만6000원이 추가된다. 금리가 0.75%포인트까지 오를 경우 연간 이자 증가 규모는 5조5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이 같은 부담은 저금리 시절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섰던 기존 차주들에게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2026년 1분기 기준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1178조6000억 원에 달하며, 예금은행 주담대의 약 35%가 변동금리 상품이다. 금리 상승 충격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차주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취약차주의 상황은 더 우려스럽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에 해당하는 취약차주의 1인당 평균 주담대 잔액은 1억3520만 원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연체율 상승과 가계대출 부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금리 인하를 기다리며 매수 시점을 미뤄온 실수요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가 4%대 후반에 고착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이자 부담도 연간 1조50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반적인 금융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주택시장 자체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4분기 서울·수도권 전월세 가격 강세와 전국적인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소비심리 회복세까지 더해지면서 매수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7월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127.5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데서도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확인된다. 착공 실적 부진으로 향후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차입을 통한 주택 매수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채권시장 추이에 따라 대출금리 변동성이 언제든 커질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상환 능력을 철저히 점검하고 고정·변동금리 간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보는 보수적인 자금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