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공시가격 12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3일 세제 개편안 발표를 통해 공제액을 9억 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지 29일 만에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세부담 상한도 200%로 높이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현행 150%를 그대로 유지한다.
재정경제부는 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등 11개 세법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정부안은 이달 3일까지 국회에 제출돼 정기국회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번 수정의 핵심은 갭투자 억제를 명분으로 추진됐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의 전면 철회다.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잦은 이사와 전세 거주가 보편적인 국내 주거 현실을 감안할 때 실거주 여부만으로 세 부담에 차등을 두는 것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권 내에서도 재검토 요구가 잇따랐고, 특히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거주 여부에 따른 과세 차등을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공제 방식도 함께 조정됐다. 당초 개편안은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 각각 4억 원씩, 합계 8억 원만 공제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확정안에서는 1인당 공제액을 6억 원으로 높여 단독명의와 동일하게 합계 12억 원을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단독명의와 공동명의 간의 형평성 문제도 이번에 함께 해소된 셈이다.
세부담 상한 역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현행 60%에서 내년 70%로 인상되는 상황에서 상한까지 150%에서 200%로 높일 경우 종부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수용한 결과다. 민주당도 "세 부담 증가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150%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관련 혜택 축소안도 없던 일로 됐다. 정부는 당초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ISA의 최대 계약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연간 2000만 원의 납입한도 미사용분을 다음 해로 이월하는 기능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장기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청년·투자자 반발이 거세지자 이 대통령이 직접 재검토를 지시했고, 결국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생산적 금융 ISA는 계약기간을 무제한으로 늘리고, 미사용 납입한도 이월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일반 ISA와의 규제 수준을 맞춘다. 청년형 ISA 및 청년미래적금과의 중복 가입도 허용된다.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혜택 강화는 당초 방침대로 추진된다. 실거주 단독명의 1주택자의 기본공제 금액은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상향되며, 실거주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 현행대로 부부 각각 9억 원이 유지된다. 비거주와의 공제 격차는 당초 정부안의 5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좁혀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완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각 부처는 국민과 국회의 지적, 그리고 대안을 대승적으로 검토하고 합당한 지적과 제안은 망설임 없이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확정안에 대해 "정부 세제 개편안의 실거주 우대 취지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국민이 체감하는 1주택자 간 과세 형평성과 세 부담의 예측 가능성 또한 강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에 거주 여부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는 방안을 포함해 세 부담 우려가 과도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여러 보완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