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안팎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직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후보자로 지명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사퇴의 직접적 배경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요청이었다. 용 후보자는 이날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장관과 국회의원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자리인데,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명 직후부터 공개적인 이탈 신호가 잇따랐다. 김영배 의원은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030 여성층의 이탈을 해결해야 하는 자리인데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에서도 크다"고 밝혔고, 이연희 의원 역시 "기본소득당을 지켜야 한다면 장관직 제안을 거절했어야 하고, 장관직을 수행하려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직격했다. 청와대 역시 "국민 눈높이를 살펴야 한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핵심은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문제였다. 국회법 제29조는 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장관 임명 시 의원직을 사퇴해 다음 순번 후보자에게 승계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져 왔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기본소득당 몫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가 의석을 승계하게 돼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으로 전락하는 상황이었다. 연간 11억원의 국고보조금 지위도 함께 사라진다. 용 후보자가 끝내 사퇴를 거부한 것이 국고보조금 유지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배우자 관련 의혹도 후보자를 계속 옥죄었다. 남편 박기홍씨는 기본소득당 창당 초기부터 사무총장·기획조정실장 등 핵심 당직을 맡아왔으며, 5년간 당으로부터 총 1억2366만원의 급여를 수령한 사실이 인사청문요청안을 통해 확인됐다. 이후 최고위원에도 당선되면서 "가족이 당을 운영한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용 후보자는 지난 10일에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각종 의혹을 "억측"과 "악선동"으로 규정하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인사청문회 일정 잡기를 계속 거부하면서 소명의 기회 자체가 차단됐다. 용 후보자는 이날 사퇴 회견에서 "떳떳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국민 앞에 하나하나 소명하고 싶었지만 끝내 청문회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여기서 멈추는 것이 민주당과 기본소득당, 민주진보진영의 연대 정신을 이어나가는 데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지명 36세의 나이로 주목받았던 용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의 첫 성평등가족부 수장 자리를 끝내 차지하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