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건설사 줄폐업, 서울은 외곽까지 신고가… 벌어지는 두 개의 시장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에서 2530여 곳의 건설사가 폐업 신고를 마쳤다. 전년 동기 대비 25%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더 눈에 띄는 건 이 가운데 10곳 중 6곳이 지방 소재 업체라는 점이다. 미분양 적체로 분양 대금 회수가 막힌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일감 부족까지 겹치면서 지방 건설업계의 자금줄이 빠르게 마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 건설사 줄폐업, 서울은 외곽까지 신고가… 벌어지는 두 개의 시장
ⓒ 서울 아파트 전경

지방 중견 건설사의 위기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 지역 3위 건설사이자 시공능력평가 67위인 태왕이앤씨는 장기화한 지역 건설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경색을 버티지 못하고 최근 대구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태왕이앤씨 측은 "2023년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자구책 마련에 나섰으나 유동성 부담은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올 들어서만 전남광주의 유탑그룹 계열사들이 5월 회생을 신청했고, 1월에는 삼일건설이, 지난해 영무토건 자회사 홍진건설이 파산 선고를 받는 등 지방 건설사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 주택 분양시장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대구·대전·광주·충북·전북·경북·제주 등 비수도권 7개 시·도에서 아파트 신규 분양 실적은 단 한 가구도 없었다. 서울 207가구, 경기 6691가구가 공급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미분양 공포에 짓눌린 지방 사업장이 신규 공급을 전면 중단한 결과다.

미분양 물량도 지방에 집중됐다. 7월 국토부 통계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6만3845가구 가운데 비수도권 물량이 4만4386가구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충남(9982가구), 부산(8379가구), 경북(5107가구), 경남(4627가구), 대구(4278가구) 순으로 적체 현상이 심각했다. 특히 충남 천안시 단일 행정구역에서만 5100가구가 쌓였다.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의 경우 6월 말 기준 전국 2만9786가구 중 84~86%가 지방에 몰려 있었고, 대구가 3575가구로 가장 많았다.

지어진 집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일부 지방 현장에서는 억대 할인 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입주를 마친 광주 남구 월산동 '더 퍼스트 데시앙' 잔여 물량을 최대 1억3000만원 낮춰 3억~5억원대에 분양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2024년 입주한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 잔여 물량의 분양가를 1억원 이상 내리고 무상 옵션을 더하는 방식으로 미분양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서울은 전체 미분양이 994가구에 그쳤고 강남·서초·송파 3구는 미분양이 단 한 가구도 없었다.

이처럼 지방 시장이 허덕이는 사이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 온기는 외곽 중저가 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가격 월간 변동률은 0.55%를 기록했다. 동대문구가 한 달 새 1.53% 오른 것을 비롯해 중랑구(1.30%), 노원구(1.23%), 강서구(1.23%), 성북구(1.18%), 관악구(1.06%) 등 그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지역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노원구 상계주공1단지 전용 41.3㎡는 7월 말 5억2000만원에서 8월 중순 5억8000만원에 계약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등 한강변 대장주 아파트는 3.3㎡당 1억2000만~1억4000만원 선에서 실거래되고 있으며, 용산구·성동구 등 주요 신축 단지 전용 84㎡는 20억원을 돌파하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상승 흐름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한 결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 핵심 지역은 구조적 공급 부족으로 가격 방어력이 유지되는 반면 지방은 약세가 더욱 심화되는 양극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 주택시장 침체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는 계속 오르지만 수요가 약한 지방 사업장에서는 이를 분양가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분양가를 올리면 미분양 위험이 커지고 낮추면 사업성이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단순히 주택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만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으며, 소득과 일자리, 지역 산업을 함께 키우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거 수요가 자연스럽게 창출되도록 지역 경제 기반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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