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6%를 초과하는 순간 가계 소비가 줄기 시작하고, 빚을 대거 동원해 주택을 매입한 가구는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연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06만 가구의 부채·자산·소득·지출 정보를 월별로 추적한 대규모 패널 데이터베이스(DB)를 새로 구축해 가계부채 위험을 가구 단위로 분석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7일 BOK 이슈노트 '가구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를 공개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정보를 토대로 구축한 이 DB는 전체 가구 모집단의 9.2%에 해당하는 206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기존의 개인 차주 중심 분석에서 벗어나 가구원 전체의 재무 상황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석 핵심은 소비 제약 임계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DSR이 높아질수록 소비는 점차 둔화하다가 46%를 넘어서면 실질적인 감소로 전환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부채 보유 가구 중 DSR 46% 초과 가구 비율은 11.1%였다. 저소득층에서 이 비율은 더 가파르게 올랐다.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2021년 11.4%에서 지난해 14.5%로 높아져,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 감소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 충격에 대한 민감도는 가구 유형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전체 차입 가구의 연체 비율은 기존 3.35%에서 0.2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 1분위 가구는 같은 조건에서 연체 비율이 5.45%에서 0.48%포인트 뛰었고, 소득 2분위 가구도 4.38%에서 0.40%포인트 올랐다. 자영업자·법인대표 가구 역시 4.47%에서 0.32%포인트 상승해 상대적으로 높은 민감도를 나타냈다.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지목된 것은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다. 2023~2025년 주택을 매입하면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폭이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를 말한다. 이들은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연체 확률이 0.81%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체 주택 보유 가구 평균 상승폭인 0.56%포인트는 물론, 일반 주택취득가구의 0.64%포인트도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 주택취득가구 평균의 약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말 기존 주택 보유 가구의 실제 연체 비율이 2.0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충격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위험이 개인에 그치지 않고 가구원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에서 가구원 한 명이 연체한 경우 12개월 이내 다른 가구원이 추가로 연체할 확률은 8.8%로, 기존 주택 보유 가구의 4.6%보다 1.9배 높았다. 이러한 위험 전이는 고차입 가구의 약 71%가 소득 3분위 이상 중·고소득층이라는 사실과도 맞물린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주택 매입 과정에서 부채를 크게 늘리면 금리 상승 충격 앞에서는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 가계부채미시통계팀 이윤하 과장은 "가구원 전체의 재무 상황을 반영해 가계신용의 건전성을 보다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향후 금리 상승기에 가계부채 위험을 더 정밀하게 평가·관리하기 위해 가구 단위 DB 활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은은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연체 위험과 가구원 간 신용위험 전이 가능성, 저소득 가구의 높은 채무 상환 부담에 유의해야 한다"며 "필요시 취약가구의 상환 부담 완화를 위한 선별적 정책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