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세제개편안이 내년 주택 매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가운데, 정부가 이에 발맞춰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기한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유예 인정 범위도 기존 임대차 계약에서 갱신계약 기간까지 넓히면서 최장 3년 3개월까지 실거주를 미룰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지난 5월 발표한 실거주 유예조치의 신청 기한을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12월 31일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8·3 세제개편안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한시 완화,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 세제혜택 단계적 폐지 등 단기적 매도 유인책이 포함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여당도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제개편안에 따라 내년에 집을 처분하려는 경우 현행 기한 내 실거주 유예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추가 연장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실거주 유예 제도는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확대 적용돼 왔다. 정부는 지난 2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와 무주택 매수자 간의 거래에 한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 한시 유예하는 방안을 처음 내놓았다. 이후 5월에는 적용 범위를 비거주 1주택을 포함한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하면서, 연말까지 허가를 신청하면 계약 종료일까지 입주 시점을 미룰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예 인정 기간의 확장이다. 기존에는 현재 체결된 임대차 계약의 잔여 기간까지만 유예가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연장하는 갱신계약 기간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갱신계약은 1회에 최장 2년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시행일인 10월 1일을 기준으로 신청 가능 기간 15개월에 갱신계약 최대 24개월을 더하면, 최장 3년 3개월까지 입주를 늦출 수 있다. 갱신계약 없이 기존 임대차 계약만 유지되는 경우에는 2028년 9월 30일까지 입주를 마쳐야 한다.
매입임대 아파트(등록임대주택)에 대해서는 별도의 유예 기산일 조정 규정이 마련됐다. 현재 토허구역으로 묶인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지역은 모두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어, 매입임대 아파트는 의무임대 기간이 남아 있는 한 주택 거래 자체가 제한된다. 재건축·재개발 구역의 경우 이전고시일까지 조합원 지위 양도도 막혀 있다. 이에 세제혜택 적용이 의무임대 종료일이나 이전고시일 이후로 미뤄질 경우, 실거주 유예 신청 가능 기간도 해당 시점부터 15개월간으로 조정된다.
무주택 매수자 요건은 5월 발표 때와 동일하게 '2026년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사람'으로 한정되며, 입주 후에는 2년간 의무 거주해야 한다. 토지거래 허가 후 4개월 이내에 주택 취득 등기를 마쳐야 한다는 기존 조건도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하고,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시행일인 10월 1일 기준으로 임대 중인 모든 주택에 내년 말까지 15개월간 적용된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이번 조치는 토허제의 실거주 원칙은 유지하면서 임대 중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보완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무주택 실수요자 요건과 2년간 거주 의무는 그대로 유지하여 실수요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면서 투기적 수요는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