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세제개편안이 입법예고에 들어간 지 불과 며칠 만에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만 2806건, 소득세법 개정안에 1781건의 국민 의견이 접수됐다. 정부 정책 하나에 이처럼 단기간에 수천 건의 입법 의견이 쏟아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이번 세제개편안이 실생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실거주 여부를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산정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거주 1주택자에게는 혜택을 집중하되,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은 현행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해 실제 거주 기간이 없는 경우 공제 혜택을 대폭 줄이는 방향이다. 반면 시가 20억 원 이하 실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가 면제되고, 10년 이상 거주한 30억 원 이하 1세대 1주택의 경우 양도세 기본공제가 연 25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크게 확대된다.
문제는 집을 두고도 불가피하게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하는 1주택자들이다. 정부는 취학·직장 변경 및 전근·1년 이상 치료·요양이 필요한 질병·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해외체류·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봉양 등을 비거주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예외 사유로 명시했다. 하지만 이 목록이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정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가장 많이 제기된 사례는 손주 돌봄이다.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장기 거주지를 떠나 자녀 집 인근으로 이사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출산 장려 정책을 강조하는 정부가 사실상 육아 지원에 나서는 조부모에게 세제 불이익을 가하는 셈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손자녀 양육을 위해 자녀 집 근처로 주거지를 옮기거나,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공사 기간도 거주기간으로 일부 산입해야 형평성에 맞는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예외 적용 요건의 형식적 경직성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정부안은 부득이한 비거주를 인정받으려면 본인 소유 주택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뒤 '다른 시·군'으로 거주지를 옮긴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야근이 잦은 직종에서 같은 시 안에 있는 조부모 집 인근으로 거처를 옮긴 경우처럼, 행정구역 경계를 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특수교육 대상 자녀를 위해 오랫동안 특정 학교와 치료 환경에 적응해온 가정에서도 보유 주택으로의 이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예외 인정을 요청하는 의견이 접수됐다.
부모 봉양과 관련해서는 인정 기간의 상한선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안은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비거주 기간의 거주 인정 상한을 최장 3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 부모를 수년 또는 십수 년째 돌보고 있는 경우, 돌봄이 종료 시점 없이 지속된다는 특성상 3년 상한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처음부터 분양 주택에 입주하지 못하고 부모 거주지 인근에서 생활해온 경우에는 '1년 이상 선거주' 요건 자체를 충족할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처럼 향후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예외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1년 이상 선거주', '다른 시·군 이전', '최장 3년 인정' 등 요건을 개별 사정에 따라 얼마나 유연하게 적용할지도 관건이다.
정부도 추가 보완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취학·직장 변경·질병 등 불가피한 실거주 예외 사유를 최대한 국민 입장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 통과 이후 시행령 개정 단계에서 국민 의견을 더 수렴하고 신축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최장 3년으로 정한 인정 기간에 대해서도 진짜 불가피한 예외가 있으면 한 번 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정부는 세제개편과 별도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 특례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5월 12일 기준 임대 중인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기존 임대차 잔여 기간을 고려해 실거주 의무를 최장 2028년 5월 11일까지 유예하는 특례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데, 이를 연장하지 않으면 세입자를 낀 주택 거래가 어려워져 세제개편을 통한 매물 출회 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도 최근 청와대 정책홍보 채널에 출연해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