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초유의 강도로 주택담보대출을 옥죈 6·27 대책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두 자릿수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규제의 효과가 무색해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6월 27일부터 올해 6월 15일까지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약 9.44% 뛰었다. 강남권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같은 기간 강북 지역도 8.82% 올랐고, 동대문구 13.89%, 마포구 12.04% 등 비강남권 상승 폭이 오히려 강남권을 앞지르는 지역까지 나왔다.
규제가 강할수록 시장이 잠잠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출 문턱을 높인 조치가 되레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조급함을 자극했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출을 옥죄고 공급을 사실상 틀어막으면서 가격 상승 기대 심리만 키웠고, 매매가 막힌 수요가 전세로 옮겨가며 전셋값을 밀어 올리자 이는 다시 매수 수요를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묶은 직후에는 상승세가 다소 꺾였지만, 진정 효과는 한 달 남짓에 그쳤다. 이후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대출 한도를 한 번 더 조인 10·15 대책이 뒤따랐음에도 오름세는 꺾이지 않았다.
대출 통계로도 규제의 '반짝 효과'는 뚜렷하다. 대책 이전 매달 5~6조 원씩 불어나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발표 직후 둔화했고, 10·15 대책이 겹치며 지난해 12월에는 2조 원대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올해 4월 다시 5조 원대로 튀어 올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2017년 11월 말=100 기준) 역시 규제 전달 175에서 지난 4월 196으로 상승했고, 대책 발표 때마다 줄었던 거래량도 이내 회복하는 흐름을 반복했다.
규제가 조여질수록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에는 오히려 우회로가 넓어졌다. 6·27 대책 이후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 원대 초반에서 15억 원대 후반으로 올랐고, 강남구와 서초구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34억 원대 중반, 33억 원대 초반까지 상승했다. 10·15 대책으로 25억 원 초과 주택의 대출 한도가 2억 원까지 줄자, 이를 대신한 자금은 증여와 가족 차입이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서울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전체 주담대 비중은 2024년 2분기 28.8%에서 올 2분기 33.7%로 소폭 늘어난 반면, 강남 3구에서는 이 비중이 21.7%에서 15.8%로 줄고 그 자리를 증여·가족 차입이 10.6%에서 22.6%로 채웠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 매수자 중 2030세대 비중은 33.4%에서 43.4%로 10%포인트 뛰었고, 그만큼 40대 비중은 줄었다. 가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젊은 층이 갈아타기가 주춤해진 40대를 밀어내고 매매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셈이다.
부작용은 매매시장에 그치지 않았다. 대출 한도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서울 외곽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하는 수요가 늘며 전세시장 불안이 커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무엇보다 자금력이 부족한 2030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물론, 기존 1주택자의 갈아타기까지 어려워지며 이른바 '주거 사다리'가 흔들렸다는 지적이 많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결과적으로 여유 자금이 없는 실수요자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저금리 사내 대출과 억대 성과급 지급이 확대되면서, 내 집 마련에서 시작되는 자산 격차가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동성이 계속 불어나는 가운데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규제 일변도의 접근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관건은 공급이다. 현재 마련된 대규모 공급 대책은 중장기 계획에 쏠려 있어, 1·29 대책에 따른 수도권 공급 대책은 가장 빠른 착공 목표 시점이 2027년이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단기 공급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지역의 규제를 풀어주면 소규모 비아파트 등의 공급을 지금 당장이라도 늘릴 수 있다는 제언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