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탈전세' 국면 진입…월세는 늘고 전세는 마르고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앞지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2020년 6월 이후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전세 매물이 급격히 마르면서 전세를 구하던 실수요자들이 아예 집을 사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8691건으로 전세 거래(8324건)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탈전세' 국면 진입…월세는 늘고 전세는 마르고
ⓒ 뉴시스

이 같은 역전 현상의 배경에는 정책·규제 환경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전세 매물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비거주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규제와 세 부담이 이들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임대 매물 자체를 줄여왔다는 것이다. 실거주의무와 토지거래허가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등이 맞물리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여기에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잇따른 전세사기 여파까지 겹치며 순수 전세를 유지하려는 유인 자체가 약해졌다.

수치로도 이런 흐름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인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30% 올라,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 0.27%를 웃돌았다. 올해 누적 상승률 역시 전세 5.10%, 매매 5.11%로 두 지표가 사실상 같은 수준까지 근접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로는 서울 전세 매물이 2만406건까지 줄어, 올해 초 2만3060건과 비교해 11.6% 감소했다. 최근 1년 단위로 보면 감소 폭은 더 커서, 성북구처럼 매물이 1000건대에서 100건대로 쪼그라든 자치구까지 나오는 등 지역별 매물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세난은 아파트에 국한되지 않고 오피스텔과 빌라 등 비아파트 임대시장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아파트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수요가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낮은 비아파트로 옮겨가면서 이 시장의 전세가격도 함께 오르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계약 갱신을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반전세 전환을 요구받은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매수로 방향을 트는 게 낫다는 계산이 확산하고 있다. 매달 늘어나는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 부담을 감안하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서울 외곽이나 경기권 단지를 둘러보는 발걸음도 늘고 있다.

월세로의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1.3%로, 전년 같은 기간 44.0%보다 7.3%포인트 뛰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려 받으려는 유인이,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월세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이런 불안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하반기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은 약 6만가구로, 최근 5년 하반기 평균보다 32%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의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 전세 물건 확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 품귀가 이어지면 월세 임대료 상승과 함께 전세난에 지친 수요가 매수로 전환되는 흐름도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은 한층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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